[김영동 인창요양병원 재활의학과장]
'환자 외출 및 외박 금지' '보호자 출입 제한' '외부인 출입 금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요양병원 출입구에 붙은 문구이다. 메르스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바이러스여서 세계 도처에서 치료제나 백신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예방 백신이나 특효약이 없다. 감염 땐 질병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다. 병(病)은 있는데 약(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일반인뿐 아니라 환자 및 의료진들에게도 공포감을 조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최선의 치료 방법은 '예방'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입원 환자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이고 중증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어 철저한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지난 2일부터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서 공지한 행동지침을 참고해 보호자 면회를 제한하고 출입구를 단일화시켜 상시 직원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가 필요한 물품은 직원이 대신 받아서 환자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입원 환자들의 외출 및 외박을 금지하고 있으며 발열 환자가 올 경우 격리실에서 진료를 보게 하여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있다. 병원 내 출입이 허용된 사람들은 출입기록 카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손 소독제를 바르고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개인 위생관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고 원내 방송을 통해 이를 수시로 환기시켜주고 있다.
다행히 환자 및 보호자의 이해와 참여는 높은 편이다. 간혹 면회를 못하게 한다 하여 이를 참지 못해 퇴원한 환자도 있고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감염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해주고 있어 참으로 고맙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는 이러한 통제는 빨리 끝이 나야 하는데 다음 달이나 8월초쯤에 메르스 종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메르스 발병이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여전히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전염병에 대한 초기 대응도 문제지만 수도권으로 의료 집중이 되는 의료 전달체계의 개선과 함께 병문안, 간병인 제도 등 한국식 병원문화도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에 걸린 환자 10명 중 4명이 문병이나 간병에 의한 감염이었다. 환자 옆에서 숙식하며 간병하는 우리 현실과 달리 선진국 대부분은 병실에 보호자용 간이침대조차 없다. 간호와 간병의 구분이 허물어져 있으며 간병인에 대한 교육과 비용을 보험 서비스 영역에 포함시켜 체계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재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인 포괄간호서비스제가 하루빨리 정착돼 병원 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을 기대해본다.
2015년 6월 30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