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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7-22 (화) 10:20 조회 : 947


[이은봉 세흥병원 정형외과 진료과장]

음주한 뒤 발가락 통증…꾸준한 요산관리 필요 -

30대 남자가 한쪽 다리를 절면서 진료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전날 술 마시고 일어나니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습니다. 전날 다친 기억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진찰을 해 보니 오른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적(염증 등으로 붉게 되는 증상), 열감 등이 있었다. 이번엔 40대 환자. "어제 회식 이후 오른쪽 무릎이 붓고 아파요. 술을 많이 마셔서 다친 것 같습니다."

최근 야외활동과 회식 등의 영향으로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증상만 들으면 내과·정형외과 의사들은 대부분 진단명을 추측할 수 있다. 이 증상은 통풍(痛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통풍은 '바람만 불어도 심한 통증이 온다'는 한자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전날 회식 등으로 음주를 한 후 별다른 외상 없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우리 몸에 음식물로 흡수된 퓨린분해의 최종 산물인 요산 나트륨이 체내 관절에 침착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40대 남성에게서 호발한다. 위의 증상들은 고요산 혈증이 수 년간 지속된 후 발생한 급성 통풍 발작이다.

급성 통풍 발작은 대부분 한 관절에서 시작되며 첫 번째 중족 발가락에서 가장 흔하다. 초기 증상은 3~7일 정도 나타나며 소염진통제 복용,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호전된다. 진단은 관절 천자를 시행해 확진할 수 있으나, 가장 많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첫 번째 중족 발가락 관절이기 때문에 혈액검사로 진단 및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급성기 환자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냉찜질과 부목 고정 등의 치료법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 이후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요산 수치를 낮추는 치료약을 복용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식이조절이다. 즉, 퓨린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병의 경과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또는 몇주 치료 후 증상이 나아졌다며 약을 자의적으로 중지한 채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통풍은 당뇨, 혈압병처럼 만성질환이라 꾸준한 식이조절과 혈액검사를 시행하면서 요산 수치 확인(상승 때는 약물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 간혹 외래에서 만성 결절성 통풍이 진행되어 상·하지 관절에 분필가루 같은 요산결절이 생긴 환자를 접하게 된다. 이때는 통풍 조절 및 결절병변에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가 초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관리를 받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점에서 육류와 음주를 즐기는 중년 남성은 건강검진 때 요산 수치를 확인하는 게 좋다. 또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 뒤에 발 관절 및 무릎 관절 부위 등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게 현명하다.


2014. 07. 22 국제신문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