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세흥병원 관절센터 진료과장]
- 타박상 오인 쉬워 방치 땐 2차 파열 -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둔 강모(55) 씨는 등산 중 십자인대가 파열돼 병원 신세를 졌다. 퇴직 후 무료함을 달래려고 등산을 즐긴 그는 산길에 익숙해지자 자만한 것이 화근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다 무릎이 꺾이며 비틀어졌고 '뚝'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건강과 친목 도모를 위해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등산은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릎과 정강이가 과도하게 회전되거나 갑작스럽게 충격을 받아 십자인대파열이 발생하는 등 무릎관절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무릎은 앞뒤, 안팎으로 4개의 인대가 무릎관절을 지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앞뒤 인대는 X자 모양이라 '십자인대'로 불린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찢어지는 느낌과 더불어 무릎이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또 무릎이 과도하게 굴곡된 상태에서 넘어질 경우 무릎이 뒤로 밀리면서 후방십자인대가 파열하게 된다. 그런데 십자인대 파열은 골절이 아니여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지 않은 인대 파열은 초기에 통증만 약간 있을뿐 2~3일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고 붓기가 줄어드는 등 증상이 나아져 타박상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의 불안정성이 느껴지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십자인대와 연결된 연골판이 손상되는 등 2차적 파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부분 십자인대 파열은 석고부목 등의 보전적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완전히 파열되면 자연치료가 어려워 수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활동이 왕성하고 스포츠를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십자인대 재건술이 필수적이다.
대부분 십자인대 재건술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수술이 가능하다. 이 수술은 1㎝ 미만의 작은 절개를 통해 관절경을 넣은 후 모니터를 보면서 인대 재건술을 시행한다. 찢어져 있는 십자인대를 제거한 후 자가 인대 또는 동종 인대를 이용해 재건을 시행한다. 전방 십자인대는 원래 2개의 가닥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금까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은 한 가닥을 만들어 주는 수술방법이 주를 이뤘다. 결과 또한 본인 인대의 80~90% 가까이 회복됐다.
근래에는 두 가닥의 전방십자인대를 만들어 주는 수술법이 도입됐다. 한 가닥 재건술보다 강도가 높고 회전 불안정성까지 잡아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술이 어렵고 정확한 위치에 전방십자인대를 만들지 못하면 시술 후 일부 인대가 파열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인대 재건술은 시술 후 통증 및 출혈이 적고 입원기간 또한 1주 정도로 짧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적절한 재활치료를 병행하면 3개월 후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고 6개월 정도 지나면 등산 및 축구 등의 운동이 가능해진다.
2014. 08. 26 국제신문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