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 부산마이크로병원 병원장]
- 손가락 재건수술 엄지가 먼저인 이유 -
사람과 원숭이는 같은 영장류로서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발로 걷고 두 손을 가지고 일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꼭 그렇게 닮지 않은 부분도 상당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손'이다. 손은 인간에게 많은 의미를 가진다. 기능적 중요성 외 무용이나 춤에서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은 손의 촉각이 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간은 손을 이용해 문명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과 원숭이 손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손바닥과 다섯 개 손가락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유심히 보면 물건을 잡을 때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개 손가락을 동시에 이용한다. 사람은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 사이에 물건을 끼워서 잡는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엄지손가락과 주로 세 번째 손가락인 중지, 네 번째 손가락인 약지 사이에 물건을 끼워 잡는다. 이것을 대립기능이라 한다.
사람 손은 원숭이와 달리 엄지손가락이 길게 뻗어있어 인지의 중간쯤 위치한다. 또 엄지손가락과 인지 사이에 있는 물갈퀴가 상당히 넓어서 엄지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앞뒤, 양옆으로 움직일 수 있다. 즉 사람은 엄지손가락 기능이 상당히 발달해 원숭이보다 훨씬 정교한 일을 한다. 이렇다 보니 사람 손은 항상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다. 특히 공장에서 작업을 하며 손을 다치는 일이 빈번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재해의 약 40% 정도가 손과 관련된 사고다. 일상 생활에서도 손을 많이 다친다. 유리·칼에 베이는 것부터 문에 손가락이 끼어 다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손은 다섯 손가락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엄지손가락이 제일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립기능 때문이다. 만약 엄지손가락이 없다면 원숭이처럼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 손가락을 동시에 이용해 물건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 손의 전체 기능 중 엄지손가락 비중을 50% 정도로 말한다.
만약 여러 손가락이 잘린 경우에 살려야 하는 손가락의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엄지손가락, 중지, 환지, 인지, 소지의 순으로 정할 수 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이 절단됐을 때 여러 방법을 이용해 엄지손가락을 다시 만드는 재건수술을 시도하게 된다. 엄지발가락이나 두 번째 발가락 일부 또는 전체를 떼내 손가락으로 이식하는 족지 전이술, 우리 몸에 있는 피부와 살을 혈관과 같이 이식하는 유리 피판술 등이 있다. 우리 손은 엄지손가락이 존재함으로써 원숭이와 달라질 수 있는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2014. 06. 03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