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부산센텀병원 병원장]
- 여성 고령층, 골다공증 골절 사망률 40% -
정형외과 영역에서의 노화나 퇴행성 질환은 퇴행성 무릎관절염, 척추관협착증,골다공증 등 세 가지가 주류를 이룬다. 평균 수명을 80~90세로 늘려잡는다 해도 침상생활이나 보행 장애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기간이 7~8년 정도 되니 건강수명을 약 80세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 가운데 출생 후 30년은 성장·교육·결혼, 30~55세는 출산·육아·교육·직업·재산증식, 그리고 55~80세는 자녀 출가 후 부부 혹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면 이 시기에 퇴행성 질환이 발병해 통증, 보행 장애, 골다공증성 골절 등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외래 진료를 할 때 50대 여성들 중에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면 '이제 애들 다 키워서 여행을 다니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벌써 퇴행성이 무엇이냐'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는 중년기부터 시작되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다공증에 대한 의식이 결여되어 암, 심장질환 등에 대한 검진과 치료만 할뿐 이에 대한 대비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여성 고령층에서 골다공증성 골절로 인한 사망률이 40%에 육박해 여성암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주위를 보면 어르신이 낙상 또는 경미한 외상으로도 골다공증성 엉덩이·척추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이나 급성기 치료 후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을 받는 경우가 많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침상 생활은 욕창, 폐렴 등 심폐질환과 방광염 등 합병증 병발이 많아서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최근 소아암 환우들의 연명치료에 반대해 정상적으로 죽을 권리를 얘기하듯이 중풍, 치매나 장기 요양으로 혼수 상태인 환자에 대한 억지 영양공급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남미 원주민들처럼 본인 자의로 식사를 할 수 없을 때 자연사 하도록 하는 것도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퇴행성 질환이나 골다공증은 한 번 발병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있을 뿐이다. 골다공증 또한 골흡수 억제제라 하여 급격한 악화나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지 건강한 상태로의 복귀는 어렵다. 질병이 생기기 전부터 건강한 식생활과 하체 근력강화 등 규칙적인 운동,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정기 검진, 쪼그려 앉기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따라서 퇴행성 질환과 골다공증의 문제점을 먼저 인식해 본인 및 가족의 희생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Prevention is better Than cure'(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유익하다). 유엔본부 입구에 걸린 표어다.
2014. 06. 24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