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 마더즈병원 병원장]
- 사람과 닮은 꼴 … 욕심을 버려야 이긴다 -
암(癌)이라는 한자를 보면 '바위 암'자가 들어있다. 이는 고대 중국인들의 생각에 암이 바윗돌과 같이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면 세포벽이 유연하고 주변 세포와 잘 어울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경직된 세포는 암세포가 된다. 모든 암이 그렇지는 않아도 대부분 암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생각을 굽힐 줄 모른다. 유연성이 떨어지고 바윗돌처럼 단단해지고 움직일 줄 모른다. 문제가 닥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외골수로 한 가지 방법만 추구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을 놓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자기만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암(癌)의 한자에는 입 구(口)자가 세 개로, 산처럼 쌓여 있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식탐이 조절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 암이다. 몸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더 먹고 싶고 더 가지고 싶더라도 절제해야 한다. 절제는 미덕이고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한 방편이다. 암은 욕심이 많아서 생긴 병이다. 성경에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고 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인의 질병은 대부분 먹어서 생긴 것이지 안 먹어서 생기는 병은 그리 많지 않다. 식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조절해야 하는 욕구이다.
영어의 암 'cancer'는 히포크라테스가 악성 종양을 카르키노스(Karkinos)로 기록한 것에서 비롯된다. 카르키노스는 '게'(crab)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암종양의 색깔이나 퍼져나가는 모습이 게처럼 비쭉비쭉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정리되지 않고 무질서한 모양, 비뚤어진 형태가 암이다.
인체라는 유기체가 정상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 세포들이 일정 크기, 일정 수 만큼만 증식해야 한다. 어느 한 세포가 더 자라고 싶다고 무한정 자라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잃게 되고 그것은 결국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자라는 방향도 아무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정해진 방향으로 자신의 분량만큼만 자라야 한다. 전체 중에서 하나가 튀지 않는 것을 질서라고 한다. 올바른 성장은 질서가 있는 성장이다.
무절제하고 욕심이 가득찬 암은 자기뿐 아니라 주변까지 파괴한다. 자기만 먹고 살려고 주변 세포의 영양분까지 모두 빼앗아 온다. 그러면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끝없는 집착이 암의 특징이다. 말기 암환자가 생명이 다해 갈 때 세상에 두고 갈 수 밖에 없는 물질에 대해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몸에 암이 퍼질 수록 생각도 행동도 암을 닮아서 헛된 것에 집착하고 놓을 줄 모른다. 그런 욕심을 모두 내려놓아야 암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암을 이길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한다.
2014. 04. 15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