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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척추수술 '명과 암'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3-04 (화) 09:45 조회 : 2392


[박원욱 박원욱병원 병원장]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척추수술은 불법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가 전액 자기부담으로 수술을 받으면, 수술한 병원은 받은 돈의 최대 5배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척추수술은 항상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고, 해당 병원은 심사평가원에 검사자료를 보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해야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척추병원이 청구한 금액의 64%가 불필요한 수술이었다는 이유로 삭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삭감이 되면 환자에게서 직접 받은 치료비 중 건강보험 해당 금액은 공단에 환수를 당해서 그 돈은 환자에게 다시 돌려준다. 병원 입장에서는 공짜 수술을 해 준 셈이다. 매달 건강보험 매출의 64%에 해당되는 돈을 받지 못하면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척추수술을 주로 하는 병원은 이런 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항상 귀를 기울인다.

전국 척추수술 비용의 약 12~14%가 삭감되는데, 정부 기관은 불필요한 수술을 했다고 할 것이고 병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많은 병원들은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된 비급여 시술을 권한다.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런 시술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척추수술 중에서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는 6주 이상의 비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수술을 억제하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이런 기본개념은 옳지만 갑자기 발생한 심한 허리 디스크의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6주 동안 고통을 참고 주사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결국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6주간의 치료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

2010년 대한슬관절학회는 2년 이상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 중 위장관 합병증으로 1200명당 1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에서는 소염진통제 부작용으로 매년 1만6500명이 죽는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위장 장애가 있는 환자에 디스크가 갑자기 발생했다면 6주 약을 처방하면서 약을 먹지 말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물리치료나 침 등 약을 먹지 않는 치료도 할 수 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6주 동안 병원에 와야 한다.

몇 년 전 유명 국제논문집에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은 노인이 더 장수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통증으로 운동을 할 수 없던 환자가 수술 후 증상 호전으로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신체도 건강해져 오래 산다는 얘기다. 척추환자에게 수술이 능사는 아니지만 수술을 꼭 해야 하는 환자에게 6주간의 치료는 불필요한 수술만큼이나 불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점점 늘려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 병원은 그림의 떡이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철폐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이번에는 빠졌지만 다음에 규제 철폐를 주문할 때는 의료계 규제 철폐가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4. 03. 04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