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 아주재활병원 병원장]
- 겨우내 움츠렀던 몸, 전체적 균형 맞출 때 -
'엉킨 전화선'이라는 의학용어가 있다. 주로 인체의 척추 안에 있는 척수신경이 엉클어지는 경우에 하는 말이다. 우리 몸은 자신에게 가해진 힘을 전달하고, 흡수 또는 분산시키는 전화선과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유는 몸에 염좌, 골절과 같이 급성 손상을 일으키는 물리적인 힘이나 각종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충격을 흡수할 때 종종 등장한다.
요즘처럼 따듯하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찾아오면, 우리 몸은 평소 활동에서 감당하던 충격도 흡수하지 못해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이는 통증으로 이어진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따른 기능장애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 첫째는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경우(급격한 부하의 증가)이고, 둘째는 여행을 가서 오랫동안 가방을 메거나 무거운 짐 등을 반복적으로 옮기는 때(반복적인 사용)를 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이런 경우, 평상시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낮은 강도의 자극에도 통증이 유발되는 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약물요법이나 이학요법을 사용해도 치료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 엉킨 전화선만 붙잡고 늘였다 줄이기를 반복하면 엉킨 부분이 풀리지 않겠지만, 수화기를 전화기에서 떼어 대롱대롱 매달아 두면 엉킨 전화선이 풀리듯이 최근에는 '풀림'(unwinding) 효과를 기전으로 하는 치료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손상을 받은 근육과 신경의 '엉킨' 상태를 풀면서 재정렬하는 치료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 동안 축적된 기능장애가 때로는 다음과 같은 예상치 못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선, 온몸 깊숙이 뭔가 풀어져버린 느낌이다. 또 자신이 버려진 것과 같은 기분, 갑작스러운 눈물, 소리를 지르거나 팔아리를 휘젓는 등의 경악 반응이다.
이와 현상이 발생하면 모든 것을 정신적 또는 심리적인 문등라고 돼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물론 감정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몸에 가해진 반복적인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발생한 손상을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못했다고 우리 몸이 소리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봄이 다가오고 날씨가 풀리는 것과 함께 추위로 한없이 웅크러져 있던 우리 몸의 긴장도 풀어지고 있다. 해결되지 않던 심리적인 문제와 몸의 기능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고 국소적인 통증을 줄이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런 통증을 잡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정렬을 바르게 하는 치료법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서적인 지지를 함께 받아야 하며, 필요할 때 해당 전문의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014. 03. 11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