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전 세화병원 부원장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난임 시술로 태어나는 아기 출산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의 8.1%인 2만1219명이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시술비 지원을 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신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 시술로 태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난임 부부 증가와 난임 시술비 부담 감소가 있다.
우리나라는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017년 이후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인공수정술의 경우 5회까지, 시험관 시술은 신선배아 이식 때 9회까지, 동결배아 이식 때 5회까지 나이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험이 적용된다. 또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부 예산으로 추가 지원을 한다. 시험관 시술은 최대 110만 원까지 지원된다. 현재 난임 치료 지원은 다른 어떤 저출산 대책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추가 지원 대상 및 보험적용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난임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대다수 환자들은 인터넷 등으로 관련 용어와 시술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병원에 온다. 그렇다 보니 은연 중에 모든 환자들이 잘 알 것이라 생각하고 각종 용어를 섞어가며 치료방향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다 가끔씩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문하는 환자들을 만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환자가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보낸 경우에는 마음 속에 내내 남기도 한다. 난임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 입장에서 보면 여러 용어들이 낯설고 용어만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듯하다. 난임 용어 중 보험적용과 관련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공수정은 자궁강내 정자 주입술을 말한다. 배란 시기에 맞춰 운동성 좋은 정자를 골라서 자궁강 안에 넣어주는 시술이다. 시험관 시술은 체외수정술과 같은 뜻으로, 과배란 유도제를 통해 여러 개의 난포가 함께 자라도록 한 후 난포가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난자 채취과정을 먼저 거친다. 채취된 난자를 시험관 안에서 정자와 만나게 해서 수정시키고, 수정된 배아를 2~5일 키워서 다시 자궁강 안에 넣어주는 것이다. 신선배아 이식은 시험관 시술로 키운 배아를 해당 주기에 바로 이식하는 것을 뜻한다. 동결배아 이식은 신선배아 이식 후 남은 배아를 동결 보관해 뒀다가 이후 생리주기에 해동해 이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배아의 염색체 검사가 필요한 경우나 과배란 증후군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고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선배아 이식을 하지 않고 배아를 모두 동결보존하기도 한다.
이러한 난임 치료 중 본인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임신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치료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임신에 성공하기도 한다. 난임 치료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아직까지 관련 지원·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부부가 많다. 국가 지원정책에 대한 홍보·교육이 더 필요해 보인다. 난임 환자들은 조바심으로 시술을 결정하기보다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고민한 뒤 본인에게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