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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임신의 증가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10-22 (화) 18:00 조회 : 865


[조인호 미즈웰 산부인과 원장]
 
- 35세 넘는 산모, 양수검사 필수인가 -
 
1960년대에 인구 만 명당 368명에 달하던 모성 사망률은 2000년대에 들어서는 만 명당 1.8명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모성 사망률이 늘고 있다. 고령 임신의 증가 탓이다. 통상 고령 임신의 기준은 1958년 세계산부인과의사연합 정의에 따른 35세 이상이다.

고령 임신이 지닌 일반적인 문제점을 따져 보자. 첫 번째로 나이 그 자체가 중요한 인자이다. 산모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여러 가지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갑상선 이상 등)이 증가해 모성 사망률, 신생아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연구 결과를 취합하면 고혈압의 증가가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상보다 4배 정도 위험이 커진다. 임신 이전부터 있던 산모의 고혈압이 임신중독증을 일으켜 태반 혈류부전을 유발하면서 태아가 잘 안 자라고 이로 말미암아 사산, 조산, 태반 조기박리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산모가 이전부터 내과적 치료(약물)를 잘 받고 있다면 문제를 많이 줄일 수는 있다.

두 번째로 자궁 근종 또는 선종의 증가다. 여성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자궁 질환도 증가하는데 역시 임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궁 근종의 수와 크기가 증가할수록 잔류 태반, 태아의 위치 이상, 임신 시 출혈, 출산 후 출혈과 태반 조기박리의 빈도가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특히 3㎝ 이상의 근종은 태반 조기 박리나 제왕절개술의 빈도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세 번째로 고령 임신일수록 질식 분만보다는 제왕절개술로 분만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보고에서는 35세 이상 초산부는 제왕절개 분만이 2.4배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네 번째로 선천성 기형이나 초기 유산이다. 역시 산모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증가한다는 보고는 많다. 특히 40세 이상은 50명당 1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35세 이상의 산모에서 산전 양수 검사나 융모막 검사의 빈도가 증가하고, 이로 말미암은 인공유산의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논문을 보면 35세 이상 산모에서는 꼭 양수검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선천성 기형 빈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 주의를 주는 실정이다.

요즘 여성은 상당수가 결혼을 늦게 한다. 1984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3세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30세를 넘어섰다(서울시 기준). 산부인과 진료를 하다 보면 32세 여성이 아직 결혼 전이라며 피임을 하고 있다. 30세 이후의 미혼 여성에서 '속도 위반'은 자궁이 건강하다는 징표이자 축복이다.

고령 임신은 더는 낯선 것이 아니다. 늦게라도 임신은 해야 한다. 비록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합병증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의학의 발달로 잘 관리만 한다면 아주 건강한 분만을 할 수 있다. 고령 산모는 고위험 산모라는 등식을 적용하기는 이르다. 다른 내과적, 부인과적 질환이 없는 한 고령 산모는 '조금 위험한 산모' 정도다. 물론 적절한 산전 진찰과 의료진의 분만술이 갖춰진다면 산후 건강한 산모와 신생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3. 10. 22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