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 대한웰니스병원 여성클리닉 원장]
- 치핵,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
치질이란 실제로는 항문 질환 모두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그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이 치핵이다 보니 치핵을 일반인은 치질이라 말한다.
항문 점막에는 혈관이 그물 모양으로 엉켜 있고, 이 혈관 조직은 압력을 받으면 피가 정체되며 쉽게 늘어나는데, 이 과정을 거쳐 항문에 형성된 혈관 혹을 치핵이라 부른다.
여름철 자극적인 음식과 찬 음식을 먹고 잦은 설사를 하거나, 또 부족한 수분으로 말미암아 생긴 변비로 압력을 받으며 늘어난 항문 점막 하 혈관 혹은 혈전이 생겨 부어올라 통증을 유발하거나 혈관이 터져 피가 비치게 된다.
여성의 치핵 발생 빈도는 남성과 비슷하다. 남성에서 치핵의 원인이 주로 음주나, 심한 육체 활동, 사무실에서의 오랜 근무와 같은 것과 다르게 생활 패턴이 다른 여성에서는 치핵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임신과 분만이 꼽힌다. 또 여성에게 흔한 변비가 여성의 치핵 발생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 치핵은 남성과 조금 달라 외치핵이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반복적인 혈전 형성에서 비롯된 통증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다.
그리고 여성은 치핵의 표피, 즉 치핵을 덮고 있는 피부와 항문 점막이 남성보다 약한 탓에 출혈이 되는 예도 많이 있고 또 이미 늘어난 혈관이 약한 조직과 함께 처져 내려와 탈출 되면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와 고생하는 분도 많이 있다.
여성 치핵의 수술도 남성 치핵의 수술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외치핵이 심하게 진행된 예가 많고, 피부가 약하므로 수술 이후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 빈도가 남성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남성보다 더 세밀하고 조심스러운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여성이 경우 임신이라는 특별한 몸 상태를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치핵 치료를 더 신중히 해야 한다.
진료할 때 자주 접하는 질문은 '수술해도 임신하면 다시 치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차라리 출산 후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치핵이 많이 커져 있는 상태, 즉 항문강 내 혈관이 많이 늘어나 있는 상태로 임신하게 되면 임신과 연관된 호르몬 변화, 입덧 등에 의해 생기기 쉬운 변비 또는 통증과 출혈을 겪게 된다. 이때 통증과 출혈은 아기가 자라면서 복압이 올라가는 탓에 혈전이 잘 생기므로 치핵이 부어오르면서 유발되는 것이다.
간혹 임신 중 응급 수술을 하는 예도 있지만, 문제는 임신 초기에는 약을 쓸 수 없어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핵이 있다면 임신 전에 치질을 치료하는 것이 더 옳다고 할 수 있다.
평소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해 부드러운 배변을 관리하고 좌욕을 해 항문의 혈액 순환을 도와주면 예방할 수 있지만, 지금 증상이 있다면 부끄러워 하지 말고 빨리 치료하는 게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2013. 09. 03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