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균 센텀소중한눈안과 원장
국내 단일 질환 사망률 1위인 중풍(뇌졸중)은 뇌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뇌가 손상되는 위험한 질환이다. 그렇다면 신체 중 혈류량이 많은 부분은 어디일까. 두 개를 꼽으라면 단연 눈과 콩팥이다. 눈에는 미세한 혈관조직이 세밀하게 분포해 혈관 질환에 아주 취약하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중 일부 접종자에게 혈전이 생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과 혈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백신 접종자에게 유의한 혈전이 생긴다면 심장뿐만 아니라 눈의 혈관에 혈전이 생겨 백신으로 인한 망막혈관폐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백신 접종 후 망막혈관폐쇄증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백신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망막혈관폐쇄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동맥폐쇄증과 정맥폐쇄증이다. 혈전이 발생해 동맥을 막으면 동맥폐쇄증, 정맥을 막으면 정맥폐쇄증이다. 망막동맥폐쇄증은 대개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통증 없이 아침 기상 때 시력 저하를 우연히 발견한다. 뇌졸중과 비슷하게 골든타임이 있어 발병 후 몇 시간 안의 조치로 시력 회복이 가능할 수 있지만, 병발 후 한참 뒤 발견되면서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가 되고 회복이 불가능하다. 발병 빈도가 낮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시력 저하가 아니라 막힌 동맥부위에 국한된 시야 장애가 대부분이다.
망막정맥폐쇄증은 혈전으로 발생하는 것보다 망막동맥혈관에 정맥이 눌려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해부학적으로 눈의 동맥과 정맥은 교차하는 부위가 있는데 거기서 동맥이 정맥을 눌러 발생한다. 망막정맥폐쇄증은 굵은 정맥이 막히는 중심망막정맥폐쇄증과 상대적으로 가는 정맥이 막히는 분지망막정맥 폐쇄증이 있다. 전자는 눈 중심부의 큰 혈관이 막혀서 시력 저하가 심하고, 대부분 망막 출혈과 망막 부종을 동반한다. 중심망막 폐쇄 후 망막 내 혈류가 원활하면 치료 후 대부분 회복되지만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심망막 폐쇄증은 혈관 폐색에 의한 시력 저하도 문제지만 발병 100일 정도 시점에 녹내장 발생이 잦아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반면 분지망막정맥폐쇄증은 망막정맥의 잔가지 혈관이 막힌 것으로 치료가 쉽게 된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지만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게 특별히 발병 빈도가 높아 고혈압이 기저질환인 환자에게 시력 저하가 생기면 한 번쯤 고려해 봐야 할 안과질환이다. 혈관 폐쇄로 망막 출혈과 황반부종(시력의 중요한 부위에 물이 차는 현상)이 생기면서 시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는 항체주사로 황반부종을 치료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막힌 혈관에 우회로가 생길 때까지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황반부종이 발생하지 않은 정맥폐쇄증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처음 황반부종이 없다가 추후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