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세바른병원 병원장
한 포털사이트 지식인 게시판에서 자신의 증상을 말하며 병명이 무엇일지 질문하는 글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답변의 전문성과는 별개로, 개중에는 제법 심각한 증상의 내용도 보이곤 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병원은 그토록 가깝고도 먼 곳인가. ‘큰 병이라 할까 겁이 나서’ ‘치료가 아플까 봐’ 혹은 ‘비용이 많이 들까 봐’ 차일피일 병원을 찾는 것을 미루는 분이 많다. 척추질환은 더욱더 그렇다. 당장 죽고 사는 중병이 아니다 보니 통증이 있더라도 버틴다.허리디스크를 예로 들어보자. 디스크 초기 혹은 심한 디스크라고 하더라도 통증이 견딜 만하거나 마비가 없으면 우선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덜컥 칼을 대는 큰 수술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약 복용으로도 통증이 많이 호전돼 그것만으로 충분히 조절하며 지내는 분이 많다. 약이 잘 안 들을 때는 신경주사치료를 하게 되는데, 진통주사나 마취주사가 아니라 탈출한 디스크로 인해 부어오른 신경의 부기를 가라앉혀주는 치료라고 생각하면 쉽다. 주사치료로 튀어나온 디스크가 흡수될 때까지 신경이 잘 버티도록 도와줘 자연 치유를 유도한다. 반면 신경주사치료를 두세 번 맞아도 통증이 전혀 좋아지지 않는다면 신경을 너무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말이므로, 계속 주사만 맞기보다는 상위 단계의 치료인 시술이나 수술 여부를 고민하면 된다. 시술 여부는 환자의 상태, MRI상 디스크가 심한 정도, 그동안의 치료 경과를 종합해서 판단한다. 시술의 효과만 해도 타이밍이 중요할 때가 있다. 너무 오랫동안 통증을 참아오다가 디스크 변성이 왔을 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간혹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이 계신다. ‘터진 디스크를 그대로 두면 알아서 흡수돼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던데’. 풍선을 그대로 두면 서서히 공기가 빠져 쪼그라들 듯이, 파열된 디스크도 다시 흡수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 줄어들기도 하고, 눌린 신경이 적응해 별다른 불편함 없이 완치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흡수되는 시간이 사람에 따라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그동안 신경이 버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운데도 ‘흡수되겠지’하고 기다리며 신경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하며 통증을 다스리는 편이 훨씬 낫다.모든 병이 그렇듯 초기에 발견해서 적절하게 치료하고 관리하면 병이 악화해 수술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디스크 질환은 사람마다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맞춤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있는 만큼 환자의 혼란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디스크를 고치기로 했다면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치료에만 전념하는 것이 좋다. 수술이 빨리 낫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지만,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다른 치료로 통증도, 저림 증상도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완전히 빨리 낫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거나 우울해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각하고 대처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