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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질환 '노인성 변실금'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10-21 (화) 09:05 조회 : 1485


[황성환 부산항운병원 병원장]

다산 경험 여성, 30~40년 뒤 배변기능 약화 많아 -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 김모(67) 할머니. 어느 날 외출 중 팬티에 변이 흥건하게 묻은 걸 보고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할머니는 여기저기 병원을 찾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우울증까지 겹친 할머니는 대장항문전문병원의 검사 결과, '노인성 변실금' 진단을 받았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60~70대 연령층에서 변실금이 늘고 있다. 특히 과거 베이비붐 시대에 질식 분만으로 다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숨겨져 있던 분만 손상은 30~40년이 지나 노화현상이 진행되면서 변실금, 요실금, 자궁·직장 탈출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내장을 받쳐주는 골반근육의 근력이 떨어지고, 질·직장 등 장기가 처지는 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소변과 배변을 자제하는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증상 초기에 적절한 전문병원을 찾는다면 식생활 및 배변 환경을 개선하고 생리치료와 골반근육 강화 운동으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수술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65세 이상 어르신 중 3~4%에서 발생하는 노인성 변실금은 항문·직장 탈출, 신경손상, 척추수술, 치매 등 동반 질환이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여성 환자는 과거 난산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노화로 인해 배변을 조절·자제하는 항문 주위의 감각이 떨어지고 항문 괄약근이 약해진다. 또 항문 관의 길이가 짧아지고 항문과 직장의 각도가 세워져서 변을 잡아주지 못하게 된다.

우선 변실금이 진행되면 실금의 정도를 체크한다. 가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증 상태부터 설사 혹은 딱딱한 변도 참지 못하는 중등도까지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내시경, 배변영화촬영, 직장항문압력검사, 항문초음파, 근전도·신경 검사 등을 시행한다. 경증은 보조 약물을 사용하거나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증가시켜 설사를 예방하고 장 운동을 개선해 배변 기능을 정상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수술은 보존적인 치료로 안 될 때 시행한다. 괄약근의 숨겨진 손상이 확인되거나 항문 직장각의 이상 소견 등이 발견되면 괄약근을 이어주고 항문 직장각을 정상으로 복원시키는 수술이다. 이렇게 하면 항문 관을 길게 해주고, 늘어난 항문은 정상으로 좁혀 주며 항문 직장각도를 회복시키게 된다. 괄약근 손상이 심할 때는 인공 괄약근을 심기도 한다. 손상이 적다면 천골신경자극을 시행해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술기구가 고가(1000만 원)인데 비해 결과는 100% 만족할 정도가 안 되고 보험급여로 인정을 못받는 단점이 있다.

과거와 달리 변을 참는 기전에 대한 지식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병증에 대한 환자들의 의식 변화로 개선시기를 빨리 앞당김으로써 병세가 악화하는 것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항문 괄약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의사들의 지식이 더해감에 따라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변실금은 삶의 질에 대한 부분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늘고 있는 노인 질환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4. 10. 21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