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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항문 '이물감'으로 내원한 임산부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1-07 (화) 09:43 조회 : 869


[강경숙 웰니스병원 여성클리닉 원장]

이번 주부터 '진료실에서' 코너가 신설됐습니다. 일선 의사들의 진료 경험과 병·의원 안팎의 에피소드 등을 진솔하게 풀어나갑니다.

- 출산 앞둔 치질 환자 '모성애'로 두려움 극복 -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임산부가 진료실을 찾았다.

출산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어디가 불편한지 묻자 "출산이 한 달 남았는데, 사람들이 출산 때 치질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금 통증이 어디에 있나요?"

"아뇨. 그냥 치질이 나와 있다는 것 말고는 아프거나 피가 나지는 않습니다. 치질이 원래 좀 나와 있었는데 조금 더 커진 것 같아요."

검진을 해보니 3군데 '탈출'된 치질이 보였다. 한 곳에는 혈관이 막혀서 콩알 크기의 혈전이 생겨 있었다. 지금 항문에 '이물감'이 조금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안 그래도 그곳이 조금 불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치질은 혈관총이 늘어나서 밀려 내려오는 것인데, 아마 과거에 변비가 있어 배변 때 힘을 많이 준 것 같다고 하니 "처녀 시절에 다이어트를 하느라고 변비가 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변비가 없으나 '잔변' 느낌이 있어 평소 화장실에서 힘을 많이 주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을 정도로 치질이 탈출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임신 중이니 수술을 응급으로 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출산하면 (치질이) 심해진다고 해서 수술을 할까 해서 왔는데요."

물론 치질이 탈출돼 있는 경우는 출산 때 심하게 부어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아무래도 마취하고 수술하는 것이 아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아프거나 출혈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수술을 미룬다. 심한 통증이나 출혈이 있다면 그 자체가 자궁 수축을 유도할 수 있고, 아기에게 미치는 스트레스 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임산부의 경우에는 일단 좌욕을 하면서 변비가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고, 출산 후에 부어서 통증이 있거나 하면 바로 수술하는 게 낫다. 아니면 조직이 조금 안정되는 시기인 한 달쯤 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혈관이 막히고 혈전이 생겨서 부어오르는 정도가 크다면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출산 전에라도 응급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관리를 잘 하시면 지금 상태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이에 임산부는 "그럼 안심해도 되겠네요. 다들 워낙 겁나는 얘기들을 많이 해서요"라며 마음을 놓는다.

"막달이니 이제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셔야 순산을 하십니다. 많이 움직이시고, 수분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서 변비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세요. 예쁘고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세요"라며 순산을 기원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랑이 '모성애'다. 입덧에서부터 산고까지, 그리고 출산 후의 힘든 것들을 모두 어떻게 이겨내나 싶지만 아주 연약해 보이는 여성분도 일단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 그게 바로 모성애의 힘이리라. 어떻게 보면 모성애가 이 세상을 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세상 엄마들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싶다.


2014. 01. 07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