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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크루즈선에 부산 의료관광 희망 싣자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9-17 (수) 10:17 조회 : 654


[김양제 고운세상김양제피부과의원 대표원장]

지난해 21만 명(실환자 기준) 이상의 외국인 환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들 중 부산에 온 외국인은 2만1000명이다. 의료관광이 시작된 2009년에 비해 4배 넘게 성장했다. 문제는 이런 성장세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섞인 전망이 있다.

현재 부산의 외국인 환자 중 절반 이상은 러시아인이다. 이는 극동러시아 지역과 직항노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지만, 부산에서 치료를 받고 간 환자들이 부산의료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터넷으로 웬만한 정보는 모두 챙겨볼 수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환자가 부산을 택하는 것은 이미 부산을 다녀간 사람들의 경험담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입소문 기준에서 보면 부산은 여전히 열악하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국내외 다른 대도시들을 찾고 있어서다. 부산이 앉아서 외국인 환자 오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필자가 이를 깨닫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외국인 환자들의 방문이 갈수록 늘면서 이들을 기준으로 병원서비스를 바꾸기로 했다. 우선은 국제기준을 맞추는 것이었다. 국내 피부과 개원병원 중 처음으로 JCI(국제환자안전기준) 인증심사를 받아 국제기준을 통과했다.

또 외국인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병원을 새 건물로 옮겼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만 앉아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무렵이다. 때마침 중국 등 해외 의료계에서 이런저런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이런 요청은 흔히 있어온 것이지만, 학회 차원의 강의가 아니라 해외 대중을 대상으로 한국의료를 설명할 기회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국 상하이의 미용전문병원 초청으로 올해 초 현지를 찾았다. 이미 많은 한국의사들이 다녀갔고, 상하이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높아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지로 치료여행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의 선진화된 피부시술 강의는 상하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동시에 부산의료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피부과 의사들에게 강의를 해왔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부산의 의료시술 수준을 설명할 기회를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산의료를 알리는 매우 중요한 열쇠라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홍콩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였다.

필자는 크루즈선에서 부산의료를 소개할 기회도 가졌다. 국내 최초로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세계 3대 크루즈선사)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부산에는 잘 수련된 의료진, 글로벌 마인드와 다국적 언어가 가능한 병원과 클리닉, 탁월하고 안전한 의술, 최신 장비, 동양인에 맞는 우수한 미용제품' 등을 소개했다. 중국인 승객들이 이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이것이 진정한 의료관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산은 수도권에 비해 국제공항이나 관광인프라가 열악하지만 크루즈 관광은 서울이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크루즈 관광과 의료를 접목함으로써 부산을 고품격 '관광의료레저산업기지'로 만들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것, 특히 외국인이 다른 나라 의사에게 치료를 맡기는 것은 오로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함일 것이다.

의료는 환자가 치료받은 후에 특별한 합병증이 없어야 하며, 결과도 환자가 만족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의사뿐 아니라 환자 자신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배상보험제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4. 09. 16 국제신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