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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피부과 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3-10 (화) 10:09 조회 : 1491


[김형주 킴스피부과의원 대표원장]

늘 새롭게 다가오는 봄처럼 다시 태어나도 피부과 의사가 되겠다는 나의 피부에 대한 애착이 난관에 부딪힐 때가 간혹 있다. 비근한 예가 이렇다. 피부질환이 생기면 구급상자 속 연고를 이것저것 발라보고 약국에서 약을 사 복용한다. 계속 재발을 하니 결국 피부과를 찾는다. 여기까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진료도 하기 전에 "내가 이 병을 잘 아니까 주사만 3일 놓아 주세요" "피부약은 독하니 연고만 처방해주세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 질환 같으니 이렇게 치료해주세요" 등 김빠지는 소리를 하며 환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어렵게 설득, 진찰에 이어 충분한 설명과 함께 처방을 하면 "피부약은 독한데 이 약은 먹어도 되나요" "왜 주사도 안 놓고 바르는 것만 주나요" 라는 말이 돌아온다. 사람들은 왜 피부과 약이 독하다고 인식할까.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할 것 같다.

우선 피부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약물인 항히스타민제의 대부분은 입안의 건조증과 졸림증을 일으킨다. 운전할 때 복용을 금지하는 이유 때문에 독하다는 오해를 받아왔던 게 아닐까. 하지만 최근에는 2, 3세대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돼 졸리지 않으면서 항알르레기작용을 하며 가려움증을 치료해주니 실제로 다른 약과 비교해 독하지 않다. 

만병통치 항소염제인 스테로이드란 부신피질호르몬제도 의심을 해본다. 이 약물은 엄청난 효과에 비해 당뇨, 혈압, 골다공증, 위궤양 등을 유발 내지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의대생 시절과 피부과 전문의 과정 등 거의 10년 동안 이 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용법을 배우고 또 배웠다. 이는 아주 단기간만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좀약과 여드름 약도 의심해볼 수 있다. 간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복용 전에 간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 발톱 무좀 때문에 장기 복용할 때는 3개월마다 간 기능 검사가 요구된다. 

모든 약물은 제대로 사용해야 약이 되고 잘못 사용하면 되레 독이 된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의사들은 끊임없이 공부와 연구를 병행한다. 해서, 환자들은 의사에게 불신 어린 요구보다는 그냥 믿고 따랐으면 한다.

심지어 어떤 환자들은 '이 의사는 무엇을 잘못하나'에만 신경쓰고 그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 방법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치료를 안 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을 따져볼 때 도움이 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죽자 살자 미용치료를 원하거나 주사만 놓아 달라는 환자도 있다. 이런 모습보다 의사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진지하게 상담하고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사가 의학적 판단과 의술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구애받지 않고 환자의 건강만을 존중하는 그런 모습을 이 봄의 시작과 함께 기대해본다.


2015. 03. 10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