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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외국인 환자에게 '친절'이란 위로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6-02 (화) 17:49 조회 : 575


[황상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화기내과 과장]

지난 4월 부산관광공사 주최로 지역 의료진 10명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부산의료관광 설명회를 가졌다.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형태의 설명회로, 현지 병원에서 2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했다. 힘들었지만 다행히 몇몇 환자는 완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알마티 주요 병원의 책임자들에게 부산의 의료 수준에 대해 직접 어필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다. 

알마티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땅이다. 예전에 2년 반 정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의사로 이곳에서 활동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7년 만에 이곳 알마티 땅을 밟으며 매캐한 석유냄새를 맡는 순간 당시 여러 기억들과 감정이 어우러져 잠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선 데다 물건 하나 구입하는 데도 겪어야 했던 불안함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한 번은 휴가를 얻어 카자흐스탄의 다른 지방으로 여행하다 아내가 사고를 당해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 그때 느꼈던 당혹감과 두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하지만 당시 현지인 의사는 의외로 진지하면서도 친절하게 대해줘 우리 부부는 큰 도움을 받았다. 

부산을 찾는 의료관광객 중 적지 않은 수가 구소련, 특히 극동 러시아에서 온 환자들이다. 우리 병원에 일반 건강검진을 위해 오는 외국인도 많지만 아무래도 병원 특성상 암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암이란 것 자체도 불안한 데 언어와 의료 환경이 다른 낯선 나라에서 그들이 몸으로 부대껴야 하는 두려움을 장삼이사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앞서 낯선 환경에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겪어본 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해서, 비록 옆에 통역은 있지만 예전의 기억을 짜내 더듬거리며 러시아어를 해보기도 하고, 가급적 환자 및 보호자와 눈을 맞춰 이야기하려 한다. 예전에 카자흐스탄 현지 의사로부터 느꼈던 친절함과 진지함이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된다면 낯선 한국에서의 치료에 적지 않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최고 수준의 치료를 제공,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기본이다.

부산시의 의료관광 시장은 향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해 직항노선을 마련하고 부산에서만 가능한 치료 및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듯싶다. 

서울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의 불만을 들은 적이 있다. 의사가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몇 분간 독백하듯 하는 설명을 듣기 위해 한국 땅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뢰라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게 한다. 혹시 나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많이 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할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다짐한다.


2015년 6월 2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