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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나도 모르게…'변실금'에 우는 어르신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6-09-06 (화) 09:57 조회 : 726


[김병수 웰니스병원 대표원장]


< 나도 모르게…'변실금'에 우는 어르신 >

엉거주춤 불안한 모습으로 한 중년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고통에 찬 표정으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언젠가부터 변을 참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되는 증상이 시작돼 처음에는 설사를 해서 그런가 생각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증상이 점차 심해 지금은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변이 마려우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 바로 변을 보게 되거나, 마려운 느낌도 없이 변이 새듯 나와버리기 때문에 갓난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실금 환자들이다. 변실금이란 글자 그대로 변을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실례를 하게 되는 질환이다. 항문괄약근 기능 손상으로 인해 가스나 액체변, 심지어는 딱딱한 변이 저절로 나와 버리거나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통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발생률이 높다. 쉬쉬해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 60세 이상의 성인 중 20% 정도가 변실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부끄러움 때문에 성격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출산이나 사고로 인한 항문외상, 항문직장암과 복합치루 수술로 인한 항문괄약근의 손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래된 직장탈출증이나 심한 변비, 그리고 신경 마비를 통한 허리디스크와 당뇨 등으로 신경염증이 온 경우와 지사제를 오랫동안 남용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인 분들이 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항문을 수축시키는 괄약근의 힘이 약해서 나타나는 경우이다.

치료는 먼저 항문초음파와 항문 내압검사 등을 통해 원인이 뭔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괄약근의 직접적인 손상인지, 여러 질환의 후유증으로 인한 손상인지를 파악해야 치료방법이 결정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중증도가 높지 않다면 약물치료로도 호전될 수 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바이오피드백이라는 생체되먹임 치료, 항문괄약근 운동치료기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수술적 치료로는 항문괄약근재건술, 이식술, 성형술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최근에는 항문괄약근 주변으로 실리콘 슬링이라는 동그란 띠 모양의 탄력있는 구조물을 삽입하여 괄약근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수술이 많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변실금은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격리나 심리적인 고립감에 시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며 직업 유지를 어렵게 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노인병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16년 9월 6일 화요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