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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듯한 척추, 반듯한 대한민국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7-02-02 (목) 11:14 조회 : 519


조철민 메트로적추병원장
[기고] 반듯한 척추, 반듯한 대한민국 

겨울방학이 되면 평소 공부에 찌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진료실로 찾아온다. 청소년들이 책상 앞에 늘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최근 성장기 청소년에 대해 '척추 건강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심평원이 2011~2015년 5년간 척추가 옆으로 휘어져 있는 척추측만증에 관한 진료정보를 분석한 결과, 매년 11만 명 이상이 이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고 진료 인원의 44.4%가 10대 청소년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공부라는 굴레는 허리 통증이나 목 통증으로 이어져 진료실까지 찾아오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들 청소년에게 무엇이 문제일까? 사진을 찍고 진찰을 하고 나면 전체적인 결과는 반드시 가족이 다 같이 와서 들으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태어나면서 척추나 주변부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례는 아주 드물다. 특별한 외상이 없는 다음에야 그 집안의 잘못된 습관(자세)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척추측만증은 골 성장이 끝날 때까지 진행되므로 어린 나이에 발병할수록 휘어지는 만곡이 심해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뼈의 성장 시기는 약 20세까지로 알려졌지만 20세가 지나 성장이 외견상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다음의 단계가 또 있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척추 원반)는 12세 때부터 가장자리가 딱딱해지고 모양을 갖춰 가고 20세가 지나도 한참 동안 주변의 혈관에 의해 물질대사를 하게 된다. 30세가 되면 비로소 혈관에 의해 직접적인 물질교환을 멈추고 확산으로 물질대사를 하게 된다. 물질교환은 생물체가 몸 밖으로부터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합성해 생체 성분이나 생명 활동에 쓰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생성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말한다. 물질대사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런 과정이 디스크가 성인이 되어 가는 성숙 단계라 할 수 있다. 즉 뼈의 성장이 20세에 끝났다 하더라도 그 뼈만으로는 성인이라 할 수 없고 이후 10여 년간 성숙 단계를 거치면서 성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대개 청소년의 척추는 배열상의 문제가 많다. 일자 목, 거북 목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영향으로 이미 낯선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청소년은 학습과 생활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척추는 상식적으로 윗부분을 목 척추라 부르고, 아랫부분을 허리 척추라 한다. 목 척추의 배열에 문제가 있으면 허리 척추가, 허리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경우 목 척추가 역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2차 성징으로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나오고 남자아이들은 가슴이 벌어지면서 이에 관한 부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시기에 부모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치료되지 않는 만성 비염이 있는 청소년은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목 척추와 허리 척추뿐 아니라 몸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늘 피곤하고 결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책상에 앉아서도 집중하기 어렵다.

더 어린 아이들은 공부 자체보다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에 앉는 자세, 책을 보는 자세와 같이 건강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쳐야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학습이나 일을 할 수 있다. 이미 체격이 많이 자란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바른 자세를 가져야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은 상식이다.

청소년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엎드려 자지 말고, 누워서 공부하지 말고, 누워서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지 말고, 소파에 눕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 레퍼토리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세나 습관을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의료진이 부모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계도해 집안의 생활 분위기 자체를 바꿀 때 비로소 그 속에서 아이들의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도 바꿀 수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겨울방학 동안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학습도 중요하겠지만 함께 목욕하면서 자녀의 척추 모양을 한 번 만져 보고 비교도 해보고 필요하다면 척추 관련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 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청소년의 척추가 휨 없이, 구부러짐 없이 반듯하게 성장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더욱 반듯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7년 1월 27일
국제신문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