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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는 유전성 질환…자녀·부모 몸 관리에 신경을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1-01-05 (화) 09:10 조회 : 191


장지란 청맥병원 혈관외과 원장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보호자 없이 홀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도 있고, 환자·보호자 그리고 의사 이렇게 3명이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환자는 보호자를 빼닮아 한눈에 봐도 직계존속임을 알 수 있고, 어떨 땐 무슨 관계일까 애매한 때도 있다.

하지정맥류 진료를 보다 보면 나이 대와 어울리지 않게 정도가 심한 환자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환자는 묻는다.

“저희 어머니도 저와 비슷한데 혹시 유전인가 봐요?”라고. 진단 후 수술을 권유할 때면 어떤 환자는 동행한 엄마에게 농담처럼 “엄마 닮아 그러니까 엄마가 수술비 내줘!”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럼, 나는 “세상 어느 부모가 좋은 것만 주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좋은 것도 아마 많이 주셨을 거예요”라고 분위기를 풀어갈 때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유전적인 원인이 강한 질환이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부모 모두가 정상일 경우 발병률은 20% 미만이지만 부모 중 한 명이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아들의 발병률은 25%, 딸은 62%에 달한다. 부모 모두 하지정맥류를 앓았다면 자녀의 성별과 관계없이 발병률은 90%를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우성·열성 유전, 유전자 변이 등의 유전 질환처럼 인식하면 좀 과한 듯하다. 그저 닮는다는 것이다. 우리집 식구는 목 감기가 잘 걸린다거나 위장이 약한 것처럼 말이다.

나도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 내 아이를 안아보니 말랑말랑한 것이 나를 닮았구나 싶기도 하다가 전반적으로 큰 틀은 남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고, 혈관외과 의사인 내가 볼 때 남편도 정맥이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해서, 아이를 업을 땐 나도 모르게 종아리를 자주 주물러 주기도 하고,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을 때면 즉시 편히 앉으라고 유독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지금도 엄마가 보호자로 어린 딸을 동반해 병원을 방문할 때 종종 모녀 간의 볼멘소리를 듣는다. 요지는 엄마가 잔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영양제도 챙겨 먹고, 과로하지 않고, 술 담배 등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바람이 지나친 간섭이라 생각한다.

모녀 간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두 사람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순환이 안 좋은 자식은 제때 일어나고 제때 먹으며 제 할 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건강이 받쳐주지 않아 힘들고, 부모는 비슷한 몸으로 살아본 선배 입장에서 자식은 나처럼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해서 어떻게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픈 심정일 게다.

타고난 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혈관도 예외가 아니다.

혈관이 선척적으로 튼튼하지 않더라고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이해하고 관리해 쓰임에 맞게 사용하면 유용하게 오래 잘 쓸 수 있다. 그러니 부모님이 하지정맥류가 있거나, 나에게 그런 조짐이 보일 땐 우선 검진이 필요하고, 비슷한 몸으로 살아온 부모님이 잔소리처럼 하셨던 몸 관리법에 근거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전문가인 혈관외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반대로 내게 하지정맥류 증세가 보인다면 부모님이 불편함이 있었지만 힘겹게 꾸려나가느라 바빠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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