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센터장
근래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체에 침입한 이물질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늘어난다. 하지만 상황별 응급대처법을 숙지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우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는 따갑거나 간지럽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때는 눈을 만지거나 비비지 않고 식염수로 눈을 씻는 것이 좋다. 이물감 및 통증이 계속 있거나 시력이 떨어지면 빨리 의료기관을 찾도록 한다. 제초작업을 하거나 분쇄기 톱 드릴 등을 사용해 이물질이 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보호안경 또는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럴 때 손가락이나 면봉 등으로 이물질을 빼내려고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이물질이 더 깊게 들어가 코 점막 등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반대편 콧구멍을 막은 후 코를 세게 풀어서 이물질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료기관에 가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소아의 경우 종이 구슬 장난감 견과류 등을 코에 집어넣으면 기도를 막거나 감염 호흡 곤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곧바로 의료기관에 가야 한다. 만일 아이의 코에 출혈이 발견되거나 냄새가 나는 분비물,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난다면 이물질 사고를 의심할 수 있다. 야간에 불빛으로 몰려든 벌레와 곤충이 귀에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벌레 등이 귀에 침입하면 통증과 함께 소리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벌레는 빛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므로 손전등을 비춰서 밖으로 유인하도록 한다. 핀셋 등으로 무리하게 제거를 시도하면 오히려 ‘외이도’나 고막을 손상할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입을 통해 발생하는 이물질 사고는 호기심이 많은 소아부터 노인, 의치 착용자, 술에 취한 경우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는데, 날카롭고 큰 이물질이 식도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 거울을 이용해 손으로 제거하려고 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으로 맨밥 삼키기, 레몬 식초 등 산성 음식 먹기 등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이물질이 더 깊게 들어가거나 상처 등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특히 이물질로 기도가 막힌 경우 질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물질로 인해 기도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할 때는 119에 신고한 후 ‘하임리히법’을 실시해야 한다.
하임리히법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 손을 주먹 쥐어 환자의 배꼽과 명치 사이에 갖다 놓는다.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감싸고 환자의 다리 사이에 한 다리를 넣고 다른 다리는 뒤 쪽에 두고 환자의 배를 안쪽으로 강하고 빠르게 아래에서 위로 당겨준다. 그래도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으면, 등 두드리기 5회, 하임리히법 5회를 계속 반복하며 구급요원을 기다린다. 가까운 병·의원에서 이물질을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는데도,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증상이 악화돼 결국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제거해야 한다.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119에 바로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