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홈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 선수들 다친 정도와 치료법 게시 - 통증 숨기고 뛰는 사례 막으려면 - 객관적인 의료 서비스 받게 해야
지난 8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참 주가를 올리던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김하성이 경기 중 불의의 어깨 부상을 당해 야구 팬들의 우려를 산 일이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계약을 앞두고 있던 터라 팀과 선수도 모두 수술보다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시도했으나, 결국 지난달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거인병원 이승준 대표원장 등이 나이지리아 의료진이 참관하는 가운데 시술을 하고 있다. 거인병원 제공
이런 일련의 선수 부상에 대한 치료 과정 및 향후 복귀 예정기간에 대한 전망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놀랍게도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가장 잘 보이게 표시되어 있는 뉴스란에 선수 부상에 대한 정보를 아주 세밀하게 기록한다.
선수 부상 항목에는 팀별로 발생한 메디컬 이슈에 대해, 치료 방법 및 향후 전망을 상세하게 게시해 둔다. 이런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정보 공개는 첫째 선수 보호, 둘째 팬들의 궁금증 해소, 셋째 구단의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선수들의 정확한 진단명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일부 구단 내부자들이 사적으로 알고 있는 친한 의료진이 아닌, 가장 신뢰할 만한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가능하기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지난 9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손흥민 선수가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또 팬들은 평소 응원하던 선수들의 정확한 부상 정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앞으로 복귀했을 때에도 선수를 잊지 않고 응원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향후 선수 트레이드 등을 할 때에 정확한 메디컬 체크가 가능하고, 객관적인 부상자 관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는 지난달 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인증 스포츠 의학 전문의 과정 졸업식 참석 차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방문했다. 그때 세계 각국의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그들과 함께 내린 중요한 결론이 있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 및 치료를 위해 스포츠 의학에 정통한 의료진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선결 과제는, 선수들이 소속된 팀과 의료진 간 밀접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는 스포츠 의학 전문가 양성을 위해 적극적인 교육 및 홍보 과정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 IOC 인증 전문의 과정 역시 전세계 스포츠 의학 관련 의사들의 진료 역량 향상을 위한 전세계적인 흐름을 나타낸다. 이처럼 스포츠 의학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각 개인뿐만 아니라 여러 유관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또 현장에서는 잘 훈련된 의료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팀닥터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팀닥터란 여러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의학적인 문제를 잘 취합해 각 분야의 전문적인 의료진에 연결해줄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팀닥터와 전문적인 스포츠 의학 의료진의 의견은 앞으로 각 경기단체의 홈페이지 등에 상세하게 게시돼야 할 것이다. 예전처럼 선수가 지도자의 눈치를 보며 아파도 부상을 숨기고 경기에 뛰는 구습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선수 스스로 부상을 참고 악화하는 경우는 여전히 생길 수 있다. 부상자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선수들에 객관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기회를 준다면 선수 보호와 팬들의 궁금증 해소, 나아가 선수단 관리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첫째, 유관학회 등을 통해 지역 내의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에 대한 파악을 선행해야 하고, 둘째, 유관단체의 부상자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른 시일 내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프로농구 부산 KCC와 부산 BNK,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같은 대형 스포츠 팀들의 경기단체 홈페이지에서 부상자 뉴스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