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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 좋은 친구 '여성호르몬제'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3-05-28 (화) 11:47 조회 : 1468


[강은정 미즈웰산부인과의원 원장]

갱년기는 폐경 전후 2~3년간을 말한다. 여자의 몸은 사춘기부터 여성 호르몬의 강력한 지배를 받는데, 이 호르몬이 더는 나오지 않으면 급격한 노화가 진행된다. 폐경은 여성의 난소에서 난포가 남아 있지 않고 모두 다 써버린 상태다. 배란은 물론 생리도 못한다. 난포가 없으므로 여성 호르몬을 더는 만들지 못한다. 여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사람도 있고, 2~3년에 걸쳐서 천천히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폐경이 오면 70~80% 정도는 술을 마신 사람처럼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을 많이 흘리며, 덥다고 느끼게 된다. 여름에는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다.

여성의 질과 자궁은 폐경이 되면 위축되는데, 쉽게 말해 피부와 조직, 점막이 마르고, 딱딱해지며, 탄력을 잃는 것이다. 2~3년 뒤면 너무 위축된 나머지 정상적인 성관계가 어려워지는 예도 많다. 방광도 탄력을 잃게 돼 요실금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배뇨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뼈가 약해지는 것이다. 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적절한 운동과 호르몬의 자극이 없다면 쉽게 약해진다. 폐경이 되면 일반적으로 1년 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한 번 뼈가 약해지면 골다공증약을 아무리 먹어도 쉽게 골밀도가 올라가질 않는다. 뼈가 약해지므로 생기는 뼈마디 쑤심, 관절 통증은 폐경 후 그 빈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여성 호르몬 보충제이다. 최근 10년간은 여성 호르몬제제의 암흑기였다. 유방암이나 자궁암이 생긴다는 근거 없는 소문 탓에 여성 호르몬제제가 꼭 필요한 많은 여성이 복용하질 못했다. 우리나라 폐경 여성은 10% 정도만 이 약을 복용한다고 한다. 상당수 내과 의사가 2003년도 미국의사회지에 실린 한 편의 논문만 보고 이를 복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말해, 많은 갱년기 여성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들은 그 후 나온 논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유방암은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여성 1만 명 중 8명에서만 발병했다. 오히려 최근 논문들에서는 유방암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기존 유방 양성종양의 크기도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여성은 유방 초음파검사를 자주 하므로 유방암의 조기 발견도 더욱 쉬워진다.

골밀도 증가에서 여성 호르몬제제의 역할은 눈부시다. 폐경 직후 일찍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한 여성은 골다공증을 거의 겪지 않는다. 많은 정형외과 의사들은 뼈가 일단 약해지고 나면 골다공증약도 아무 소용없다고 말한다. 골절만 좀 예방될 뿐 다시 뼈가 예전처럼 단단해지지는 못한다.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필자의 모친은 지난 13년간 호르몬제제를 복용하면서 헬스장에서 에어로빅을 하며 건강관리를 해왔는데, 골밀도 검사를 해보면 젊은 여성 못지않다. 피부도 건강하다. 같은 또래 여성들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현재 그 어떤 약도 노화 방지와 건강 유지에서 여성 호르몬제를 넘어서질 못한다. 그렇다고 여성 호르몬제는 값비싼 건강보조식품도 아니다. 처방전을 받으면 한 달 약값이 1만 원 이내다. 몇몇 금기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다수 여성에게 여성 호르몬제제는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2013. 05. 28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