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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110만 명 시대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4-01-14 (화) 10:59 조회 : 1502


[황성환 부산항운병원(구,안락항운병원) 병원장]

- 항암 대체요법 맹신은 금물 -

외과의사로서 어려운 환자를 숱하게 경험했지만, 말기 암 환자를 보면 항상 마음이 착잡하다. 시한부 환자가 스스로의 고통보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은 더욱 안타깝고, 환자 곁에서 새우잠을 자는 보호자를 보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수술 당시 암 초기였던 환자가 급격히 암이 진행되어 자기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3기 혹은 원격 전이가 있는 4기의 암 환자도 완치되어 정상 생활을 유지하기도 한다. 필자의 환자 중에서도 의학적으로 쉽게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84세 할머니는 대장암 수술을 받고 1년 만에 '후복막'으로 암의 다발성 전이가 발견되었으나 4년이 넘도록 아무런 증상이나 장애 없이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2세 남자 환자는 직장암 수술 후 1년 만에 암이 간으로 퍼져 2~3개월 시한부 인생으로 판단되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 남자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 전이된 암의 크기가 변하지 않아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암은 자라면서 가까운 주위 조직뿐 아니라 혈관을 통해 간이나 폐, 뇌, 뼈 등을 침범하기도 한다. 암이 진행되거나 재발할 경우 제때 적절히 대처하면 재치료로 완치가 기대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암의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러한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순식간에 나타나기도 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또 항암치료 도중에 백혈구가 떨어져 급작스러운 패혈증으로 환자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령의 환자는 아예 항암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꼭 해야 한다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신중히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대장암 환자의 항암치료는 심각한 백혈구 저하를 나타내는 예가 많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해도 이를 보완하는 약들이 개발되어 항암치료를 잘 견딜 수 있는 대책이 서 있기도 하다.

암 환자는 치료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안전한 조처를 필요로 하고 주기적인 경과 관찰을 위해서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한다. 지역의 암 환자가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멀리 서울로 가는 이유는 아마도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란 느낌이 크다. 그런데 과연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한 명의 의사가 연간 500명 넘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대장암 적정성 평가에서 필자의 병원 등 부산 8개 의료기관이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암 환자는 풍부한 경험과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준 높은 수술 실력이 있는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성적도 좋다는 얘기다. 암 환자 110만 명 시대에 보완 대체요법도 성행한다. 일부에서는 암 환자들의 심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 암 환자에게 좋다는 어떤 요법이 있다고 하면 과학적 근거를 꼼꼼히 알아보고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 이럴 때 가까이서 쉽고 편하게 환자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하고 가족처럼 상담할 수 있는 의사가 주변에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14. 01. 14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