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는 이가 크게 는다. ‘조깅 인구 1000만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공원이나 강변마다 러닝화를 신은 사람이 붐비고 있다. 하지만 운동 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그만큼 빠르게 증가한다.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려다 오히려 관절을 해치는 일이 적지 않다.
무릎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 중 하나로, 체중의 하중을 직접 받는다. 평지를 걸을 때는 체중의 2∼3배, 달릴 때는 4∼6배의 하중이 무릎 관절에 전달된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인 사람이 달릴 때, 무릎은 한 걸음마다 280㎏에서 400㎏에 가까운 압력을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근육의 지지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잘못된 러닝 자세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 고르지 못한 지면 등의 문제가 겹치면 관절에 미세 손상이 반복적으로 누적된다. 이러한 미세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만성 염증과 연골 손상으로 이어진다. 거인병원 민영경(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장의 도움말로 무릎 통증 등에 관해 알아본다.
민영경(정형외과 전문의) 거인병원 병원장이 환자와 면담하고 있다. 거인병원 제공
■ 달리기, 무릎이 감당하는 만큼만
달리기 후 무릎이 뻐근하거나 시큰하다고 해서 단순 근육통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대표적인 러닝 관련 무릎 질환으로는 슬개대퇴통증증후군(무릎 앞쪽 통증), 러너스 니(Runner’s Knee), 반월상연골판 손상, 그리고 초기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다.
그중 ‘러너스 니’는 특히 초보 러너에 흔히 발생한다. 무릎 앞쪽 통증이 서서히 시작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이는 허벅지 앞 근육(대퇴사두근)과 엉덩이 근육의 불균형, 또는 무릎이 안쪽으로 밀리는 자세로 뛰는 습관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무릎뼈(슬개골)가 고르게 움직이지 못해 무릎 앞 연골에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또 운동을 계속 무리하게 이어가면 반월상연골판(무릎 안쪽의 충격 완화 구조물)이 손상될 수도 있다.
이때는 통증 외에도 ‘뚝’ 소리가 나거나, 무릎이 결리고 붓는 증상이 동반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결국 연골이 닳아 조기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무릎은 연골도 중요하지만 ‘근육’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무릎 관절의 건강은 연골보다 근육에 달려 있다. 허벅지 앞의 대퇴사두근, 뒤쪽의 햄스트링, 엉덩이의 둔근, 종아리의 비복근이 무릎을 둘러싸고 있으며, 일종의 ‘무릎 보호대’ 역할을 한다. 이 근육들이 튼튼해야 하중이 분산되고, 관절의 미세한 흔들림이 줄어든다. 따라서 달리기 전후의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은 필수다. 운동 전에는 허벅지·엉덩이·종아리 근육을 10분 이상 풀어주고, 운동 후에는 천천히 걸으며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주 2∼3회는 스쿼트, 런지, 브릿지 운동 등으로 대퇴사두근과 둔근을 강화해주면 부상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 무릎의 소리는 바로 몸의 경고음
무릎 부상을 줄이기 위한 기본 원칙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오래, 빠르게 달리려 하지 말고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 인터벌 러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거리와 속도는 10∼20%씩 천천히 늘려야 한다. 러닝화도 매우 중요하다. 러닝화는 무릎의 ‘충격 완화 장치’다. 자신의 발 아치 형태(평발, 요족 등)에 맞는 러닝화를 고르고, 쿠션이 너무 딱딱하거나 오래된 신발은 피해야 한다. 러닝 지면도 중요하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보다는 탄성이 있는 트랙이나 흙길이 무릎 부담을 줄여준다.
달리기는 그 자체로 무릎에 해로운 운동이 아니다. 잘못된 습관으로 하는 달리기가 문제다. 정상적인 근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면 오히려 달리기가 무릎 관절의 혈류를 개선하고, 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하면 좋다. ▷체중이 1㎏ 줄면, 달릴 때 무릎 부담은 4㎏ 감소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일반적으로는 발뒤꿈치보다 발 중간으로 착지하는 ‘미드풋 러닝’이나 발의 앞쪽으로 착지하는 ‘포어풋 러닝’이 좋다 ▷주 3회 이상 달린다면 반드시 하루 이상은 쉬어야 근육과 연골이 회복된다 ▷달리기만 고집하지 말고 수영 자전거 같은 관절 부담이 적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등이다.
민영경 병원장은 “운동 중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나거나 걷기 시작할 때 뻣뻣하고 통증이 동반된다면 그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무릎이 지쳤다’는 신호일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조기에 점검하면 대부분 수술 없이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은 한 번 손상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지만, 조기에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평생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