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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장의 병’…감초·황금·인삼 등 효과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10-24 (금) 16:48 조회 : 12


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장이 불편해지면 괜히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마음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장이 먼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장-뇌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른다. 장과 뇌가 신경, 면역, 호르몬을 통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율하는 ‘제2의 뇌’로 불린다. 이 이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의 상태가 실제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와 불안, 우울 증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총이 불균형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하고 뇌의 편도체(불안 중추)가 과활성화한다. 반대로 장내 미생물이 다양하고 건강할수록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가바(GABA)의 분비가 활발해져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결국, 스트레스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장내 균형이 무너져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잠이 들지 않는 환자 중 변비, 복부팽만 등의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예가 많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간위불화’와 유사한 개념이다. 간위불화증은 스트레스, 감정 억눌림, 분노, 긴장 등으로 간기가 울결되어 위의 기운을 억누르는 상태를 말한다. 원래 간의 기운은 전신의 기를 조화롭게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간기가 풀리지 않고 위쪽으로 치밀어 올라 위의 소화작용(강하, 수납기능)을 방해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명치가 답답한 것도 같은 원리다.

최근에는 장-뇌축 이론을 응용한 한약 처방과 한방 치료연구도 활발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치료가 단지 배를 편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인다는 점이다. 장내 미생물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도 새로운 대사물질을 만들어 뇌로 신호를 보낸다.

일부 한약 성분(감초 황금 인삼 등)은 이 미생물 활동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감정의 진폭이 줄어들게 만든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완충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항상 이어져 있어 서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스트레스 환자를 진료할 때 단순히 불안 불면 증상만 봐서는 안 되고 평소의 소화력, 대변 상태, 복부 긴장감 같은 신체 신호를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장의 피로를 풀면 뇌의 긴장도 풀린다. 스트레스는 마음속에서 생기지만 해소의 실마리는 장 속에 있다. 몸의 가장 깊은 곳에서 뇌와 마음을 이어주는 이 보이지 않는 회로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로 ‘속이 편안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