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갑자기 어지러워지면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평소에도 불안하고 잘 놀라고…. 마음이 늘 편치 않았습니다.”
최근 외래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가족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MRI, CT 등 여러 검사를 시행했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그러나 환자는 분명히 호소한다.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며,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진다고. 신경과에서는 이를 ‘신경쇠약’ 혹은 ‘전환장애’로 진단하기도 한다. 즉, 구조적 뇌 질환이 아니라 심리적 긴장이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는 상태라는 의미다.
‘이상 없음’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구조적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임상에서는 이유 없는 현기증, 수족 저림, 난청 또는 이명, 시야 흐림, 언어가 순간적으로 꼬이는 느낌, 보행 시 휘청거림, 순간적인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 이러한 증상은 신경계와 혈류의 불안정 상태를 반영한다. 여기서 ‘전환장애’와 ‘허혈성 풍증’의 경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증상이 허혈성 풍증(뇌경색 전조증)에서 더 나아가 허혈성 중풍(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초기에 ‘신경성’으로 보였던 환자가 시간이 지나 실제 뇌혈류 장애로 진행되는 예를 적지 않게 본다. 지속적인 불안과 긴장은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고 혈관 수축을 유발하며 뇌 혈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 결과 어지럼, 저림, 일시적 의식 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심신불안(心神不安), 기혈울체(氣血鬱滯), 담음상요(痰飮上擾)의 상태로 해석된다. 즉, 마음의 불안이 기혈의 흐름을 막고 그 막힘이 뇌의 기능을 흔드는 구조다.
반복되는 ‘가벼운 증상’이 가장 위험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다. 초기에는 잠깐 어지럽고 금방 회복되고 검사도 정상이라 안심하지만, 이 상태가 반복되면 뇌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혈류 조절 능력은 떨어지며 결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족 저림, 현기증, 의식 몽롱함이 함께 나타난다면 허혈성 중풍의 ‘전조 신호’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신경(神), 혈류(血), 기(氣)의 흐름이 동시에 무너진 상태로 본다. 치료 역시 불안정한 신경을 안정시키고 막힌 기혈을 소통시키며 뇌로 가는 흐름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침 한약, 그리고 생활 교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근본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검사 이상 없음이 건강함’으로 이해하지만, 실제 임상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는 검사에 나타나기 이전의 단계에서 이미 시작된다. 몸은 늘 먼저 신호를 보낸다. 어지럼, 저림, 불안, 순간적인 의식 흐림, 이 모든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경고다.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몸과 뇌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이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중풍을 막는 첫 번째 치료이자 예방이다.
윤경석 HK한국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