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령 광도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외모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요즘 K-문화의 열풍 덕에 K-뷰티·미용 등이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됐다. 이런 조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외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얼굴이 틀어져버리는 병이 온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정말 무서울 듯하다. 오늘은 우리 얼굴에 발생하는 질병 중 얼굴 모양을 틀어지게 하는 안면마비의 치료에 대해 기술하려고 한다. 흔히 와사풍, 구안와사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모두 같은 의미이며 통칭하여 안면마비라고 한다.
안면마비는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원인을 나눌 수 있다. 먼저 중추성의 경우 흔히 생각하는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질환에서 기인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전신증상 즉, 팔 다리의 무력감 및 언어 장애 등을 동반하면서 입 위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비교적 눈쪽에는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며,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가장 먼저 MRI, CT 등의 뇌 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말초성 안면마비로 전신증상이 없으며, 대신 얼굴 쪽 증상이 더 두드러진다. 이마 주름이 잡히지 않고, 눈이 감기지 않으며 입의 움직임이 제한이 되어 휘파람을 불 수 없고, 물이 세기도 한다. 말초성에도 세부적으로 나누면 많은 이유가 있지만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흔한 것은 벨 마비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안면 신경마비의 원인을 풍사(風邪)가 혈맥(血脈)에 침습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풍사(風邪)를 제거하고 막힌 혈맥(血脈)을 풀어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또 얼굴은 양명경(陽明經) 이 지나는 곳으로 위토(胃土) 즉, 체력이 상하면 병에 침범되기 쉽다고 설명한다. 간기울결(肝氣鬱結 · 현대적인 스트레스)과도 관련이 많다고 설명한다. 흔히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을 보면, 대체로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체력 및 면역력의 저하가 동반될 때 안면마비의 이환률이 높은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때는 침 뜸 부항 및 한약 등의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게 된다. 마비된 부위에 침을 자침하고 신경과 근육의 회복을 도와주게 되며, 뜸을 통해 면역력을 키워주고, 부항 사혈 요법으로 막힌 혈을 뚫어 준다. 한약은 안면마비가 온 시점의 상황에 맞추어 체력을 보하는 처방과 더불어 안면부의 기운순환을 도와 치료율을 높이게 된다. 환자의 체력 상황이 극단적으로 저하되어 있을 때는 공진단 등 크게 보하는 처방을 하기도 한다.
안면마비의 예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나이가 많을수록, 초기 증상이 강할수록, 귀의 뒤가 아팠을 때, 완전 마비였을 때이다. 또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가 침범한 람세이헌터 증후군이나 당뇨가 있을 때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이와 더불어 과로와 스트레스는 중요한 인자로 예후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초기 48시간의 급성기 기간과 2주 정도의 진행기 기간은 치료의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으로, 이 시기의 적극적인 치료가 너무나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시범사업으로 안면마비 환자에 대해 연간 2회까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탕약 처방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