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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여름에도 많이 발생하는 까닭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4-07-09 (화) 09:28 조회 : 124


김경민 동의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사람들 대부분은 중풍이 가을이나 겨울처럼 쌀쌀한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중풍 환자도 통계적으로 겨울만큼이나 많이 발생한다. 중풍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뇌로 가는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그러므로 가을이나 겨울처럼 쌀쌀한 날씨에 노출되면 인체의 혈관이 수축돼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잘 터지거나, 수축된 혈관 때문에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잘 막히므로 중풍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 여름철에는 왜 중풍이 잘 생기는 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여름철에 과도하게 땀을 흘리게 되면, 이로 인해 체액손실이 생기고 그에 따라 혈액이 걸쭉해지면서 혈액 흐름이 느려지거나, 혈전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되어 중풍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여름철에 지나치게 땀을 많이 내는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땀이 많이 나는 경우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체액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신선한 채소나 수분이 많은 참외, 수박 같은 제철 과일을 자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더위로 체온이 상승하면,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혈관이 팽창하면서 혈류속도가 떨어져 혈액 공급이 느려지거나, 혈액 흐름에 와류가 생겨 이로 인해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결국, 이러한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중풍이 발병하게 된다.

따라서 여름철에도 중풍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고혈압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는데,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차이가 그것이다. 찜통 같은 실외에서 갑자기 냉방으로 차가운 실내로 들어오게 되면 체온 유지를 위해 갑자기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 큰 장소를 들어갈 때 항상 목 주위를 따뜻하게 보호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저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냉방이 잘 된 실내에서 갑자기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높아지는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다. 그렇게 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머리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선조는 무더운 여름에 어떻게 체력을 관리했을까. 동의보감을 보면 생맥산이라는 한약 처방을 물 대신 수시로 마셔 더위를 이겨냈다는 기록이 있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된 처방으로, 증상에 따라 황기 감초 황백피 등을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더위와 열기 때문에 진액과 기운이 손상돼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여름 보약 처방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사람의 기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물론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여러 체질에 따라 한약제를 가감할 수도 있지만, 생맥산은 뜨거운 약성의 인삼을 서늘한 약성의 맥문동이 잡아주고, 더위로 인해 빠져나가기 쉬운 진액을 오미자의 신맛으로 수렴하여 주므로 여름 한철 동안의 건강음료로 사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어쩔 수 없이 뙤약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라면 생맥산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