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미 삼세한방병원 진료과장 · 사상체질과 전문의]
- 긁지 말고 원인 알아내는 진료가 우선 -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올겨울 유난히 건조해서 그럴까.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60대 남성이 찾아왔다. 불규칙한 식습관 탓인지 2년 전부터 피부 가려움증이 생겼다고 했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어 이후 거의 포기한 상태로 긁다 보니 장기간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약해진 피부는 피멍이 들고 손자국으로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그는 생계 때문에 경비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해서, 개선 가능한 식습관을 조절하고 식이요법을 시행하면서 침, 한약, 약침치료를 이어 갔다. 가려움증이 견딜만할 정도로 호전되며 지금도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요통을 호소하며 찾은 환자의 통증부위를 확인하던 중 인설(각질세포가 떨어지는 부스러기)을 동반한 붉은 피부 병변이 보였다. 가려움증도 심했다. 환자는 건조한 날씨와 나이 탓을 했지만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이었다.
장삼이사들은 허리나 머리가 아프거나 설사가 잦으면 병원을 찾는 반면 가려움증이 아주 심각하거나 전신 발진과 같이 눈에 두드러지는 경우가 아니면 건조한 피부 탓으로 돌리며 '괜찮아지겠지' 하고 내버려둔다.
가려움증은 여러 피부 질환 증상 중 하나로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단순히 건조한 피부 때문에 유발되는 증상이라면 내버려둬도 큰 문제야 없겠지만 치료가 필요한 피부질환이거나 전신 질환으로 유발되는 증상일 경우 방치했다간 초기 치료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꼴이 된다. 여기서 더 심하게 긁게되면 홍반, 균열, 궤양, 색소침착 등이 일어나 피부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가려움증이 있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피부질환에는 아토피, 신경피부염, 두드러기, 건선, 옴, 벌레물림 등이 있다. 전신 질환에는 페쇄성 담도질환, 갑상선 기능 저하 항진증이 있다. 초조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해질 수 있으며, 외부 물질과의 가벼운 기계적 접촉, 주위의 온도 변화, 화학적 물질이나 전기적 자극 등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피부 가려움증은 풍양(風痒) 풍소양(風瘙痒) 풍소(風瘙) 등으로 표현되며 원인은 혈열(血熱) 혈허(血虛) 습열(濕熱)을 들 수 있다. 개인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과 약침, 침치료 등을 통해 피부 건강을 회복하거나 몸의 전반적인 기능 개선을 통해 가려움증을 치료할 수 있다. 피부 가려움증은 질환에 따른 관리뿐 아니라 생활속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 잦은 사우나나 때 미는 것을 피하고 너무 뜨겁지 않은 물에 가볍게 담그는 것이 좋다.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도 좋다.
피부가 가려울 땐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보자. 정말 건조한 날씨라면 건조해진 피부 관리에 힘쓰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2015. 02. 24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