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삼세한방병원 진료과장(한방부인과 전문의)]
- 면역력 약화 탓 … 침·봉독으로 통증 완화 -
대상포진은 여름철이나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추석이 지난 후 피로, 어깨 결림, 두통, 소화불량, 우울 등 이른바 명절증후군을 겪는 사람들도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부들은 음식 장만 및 손님맞이로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들은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를 많이 느낀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올해는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나면서 면역력 저하에 따른 대상포진 발병 우려가 높다.
이 질병은 수두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 소아기에 수두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수두를 앓고 난 후에도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신경을 따라 이동해 신경절에 잠복해 있는다. 성인이 된 후 면역력이 약해지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 염증을 일으키면서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대상포진의 수포가 주로 허리, 옆구리에 생기며 붉은색으로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전요화단(纏腰火丹), 사관창(蛇串瘡) 등으로 불렀다. 초기 증상은 오한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하고 옆구리·허리통증 등으로 나타나 단순한 몸살감기, 담결림, 신경통 등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후 붉은 반점과 함께 수포가 나타나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주로 편측으로 느껴지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다. 포진은 주로 흉부 늑간 신경부위에 생기는데, 얼굴과 엉덩이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하면 수포가 귓바퀴, 외이도, 구강 내측 등에 나타나거나 구안와사를 동반할 수 있다. 또 삼차신경의 안분지를 침범하면 눈에서 정수리까지 수포가 생기고 실명되는 경우도 있다. 이 질환에 걸리면 극심한 통증으로 밤에 잠을 설치기 쉽다. 60세 이상 환자는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수면장애, 만성피로, 식욕부진, 우울증 등을 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통증이 빨리 완화되며 치료경과가 짧아지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기혈(氣血) 부족 및 장부 허손(虛損)을 근본 원인으로 본다. 따라서 이를 보충하고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하여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초기에는 기체(氣滯)나 습열(濕熱)로 변증해 간기울결(肝氣鬱結)을 풀어주거나 비장과 폐장의 습열(濕熱)을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아울러 침, 봉독, 약침치료로 대상포진의 통증을 완화하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증대시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 한방 치료를 하면서 양방의 항바이러스제제 및 진통제를 복용하면 보다 빠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기간 중 무리한 신체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는 게 중요한다. 수포 부위에 2차적인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4. 09. 16 국제신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