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일 마음백련한의원 원장]
- 술 때문에 괴로운 당신에게 갈근 강추 -
동의보감에 보면 갈근(葛根·칡)은 성질이 평(平)하고 서늘(冷)하며, 맛은 달고(甘) 독성이 없다. 찬기운(風寒)으로 감기에 걸려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고, 피부 쪽 땀구멍을 열어 병사를 물리치고 술독을 풀어준다고 하였다. 또 열사(熱邪)로 인해 갈증이 나는 것을 멈추며 소화를 이롭게 한다. 아울러 흉부의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한다. 갈근의 꽃인 갈화는 술독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갈근은 독성이 없고 단맛이 있으며 전분이 풍부하다. 우리 조상들은 기근 철에 갈근을 구황작물로 이용했으며 술독을 풀어주는데 가장 뛰어난 효능을 가진 약물 중 하나로 애용했다.
보통 술을 마시면 혈맥이 활성화되고 혈관이 확장되는데, 급격히 확장된 혈관이 다시 수축하면서 확장될 때 노폐물이나 유해성분이 혈관에 쌓이면서 여러 부작용을 남긴다. 그런데 갈근은 땅속을 깊숙히 파고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은 확장 이후 수축된 혈관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혈관과 인체조직에 정체된 각종 유해성분을 풀어주고 해독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의 해독작용에 매우 좋다. 갈화는 알콜 도수가 높거나 낮은 술 모두의 해독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인체의 자가 치료기전을 활성화한 음주 해독의 최고 방법은 운동을 통해 땀으로 술독을 빼내는 방법이라고 본다. 그런 여건이 되지 않으면 갈근을 구입한 뒤 보리차 달이듯이 하여 음주 후에 상시 복용하면 술로 인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 나이칸이란 유명한 알코올 중독 치료방법이 있다. 정좌해서 부모님의 은혜를 떠올리고 타인에게 받은 친절이나 도움 중 아직 갚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느낌이나 사실들을 치료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2년 후 경과를 확인한 결과, 60% 가량의 치료율을 보였다고 한다.
술을 달고 사시는 분들을 보면 가슴에 맺힌 사연들이 많으며 어릴 적 애정결핍으로 인한 공허함과 외로움, 버림받음, 수치심 등을 가슴 깊숙이 품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술을 끊으라고 잔소리하며 핍박하고 다투는 것으로써 단주나 절주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핍박하는 자체가 또 하나의 소외감과 외로움, 단절감, 수치감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술을 끊거나 줄이기보다 몰래 술을 마시거나 주량을 늘려서 마시는 경우가 100명 중 95명 정도 된다.
그래서 술 마시는 자체를 가지고 다투거나 속상해 하기보다 음주 당사자의 가슴 속 상처와 아픔을 헤아리는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한 잔의 술은 건강에 유익한 면이 많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시는 것은 인체를 훼손하고 생명을 단축하는 일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빼앗긴 채 인생을 뜬구름처럼 흘려보내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2014. 06. 24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