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대 초읍한의원 원장]
- 몸 속 기운 소통 막혀 각종 질병 유발 -
가까운 지인이 매우 힘들어 하는 모습으로 한의원에 왔다. 보름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했단다. 먹으면 토하고 속이 갑갑해 대변을 시원하게 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런 증상 때문에 링거와 영양제도 맞았는데 기운이 없어서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분은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증세로 고생했다. 그때는 한의원에서 제때 진료받고 많이 회복됐다며 주위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 분에게 "이번에는 왜 일찍 (한의원에) 안 오셨느냐"고 물어보니 집이 멀리 이사가서 오기가 힘들고,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에 참았다고 한다. 양약 소화제를 먹고 영양제도 맞았지만, 도저히 안 되서 결국 한의원에 왔다는 얘기다. 진료실에서 이 분의 배를 만져보니 배가 딱딱하고 뭉쳐 있었다. 또 명치 밑이 굳어 있고 배꼽 주위가 딱딱해 운동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 메슥거리면서 어지럽고 대변을 보지 못하는 식체증에 걸린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식체 즉 소화불량은 중초(비위) 기능이 막혀서 위·아래로 소통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지 않고 다리로도 내려가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다. 옛말에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하여 머리는 차게 하고 다리는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머리는 뜨거워지고 다리는 차가워지면서 병이 발생한다고 본다. 즉 인체는 상·중·하의 균형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체질상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다. 우선, 소화가 안 되고 손발이 차고 어지럽고 무기력한 '냉 체질'이 있다. 또 몸이 무겁고 땀이 많으며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맑지 않는 '습 체질'이 있다. 그리고 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며 손발이 찬 '화 체질'이 있다. 아울러 정서적 불안과 신체적 과민반응(알레르기 등)이 많이 발생하고 열이 위로 잘 오르는 '풍 체질'도 있다.
그런데 이들 체질별로 식체를 치료하는 법이 다르다. 냉 체질은 냉적이 잘 생기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식(小食)을 시킨다. 습 체질은 몸이 무거워지므로 부항으로 혈액순환을 시키고 대변을 잘 보게 한다. 화 체질은 스트레스로 인해 열이 많고 가슴이 답답하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는 약침을 사용하고 가슴을 풀어준다. 풍 체질은 열이 머리로 작용해 뒷목을 사혈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게다가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음식 등을 많이 먹어 잘 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자 체질에 맞춰 식체를 해결해야 인체의 상·중·하가 소통이 잘 되고 면역력이 좋아져 알레르기나 두통, 어지럼증, 요통, 다리 아픔 등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2014. 08. 19 국제신문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