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신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 눈 피로 줄이고 간·신장 기능 회복을 -
밤낮이 없는 생활 탓에 눈의 피로를 호소하고 잘못된 콘텍트렌즈의 사용으로 말미암아 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증상을 안고 있는 예가 많다. 안과 질환 중에서도 특히 안구건조증 환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안구는 외부에 접촉하고 있으므로 항상 촉촉하게 점액이 흘러서 대기의 오염물질이 접촉되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이것이 눈물이다. 눈물은 지방층, 수성층(수분), 점액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절한 비율로 이뤄진 눈물은 눈을 한 번 깜빡이면 안구의 표면에 잘 분포되어 안구가 불편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지만 어떠한 이유로 수분 비율이 높아지면 눈물이 흘러도 안구 표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므로 눈물은 적당량 흐르지만 눈은 금방 건조해져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또 수분 비율이 줄면 눈은 뻑뻑한 현상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통칭해 누액분비 기능의 저하라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두 눈이 건조하고 항상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불쾌하며 통증까지 있다. 또 쉽게 눈의 피로감을 느끼며, 심해지면 사물이 깨끗하게 보이지 않고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햇빛에 민감해지며 눈에 벌겋게 부어오르는 발적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누액 분비 기능의 저하로 누액층의 양과 질적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동의보감 외형편(外形篇)의 내용을 보면 '眼精乾澁(안정건삽), 全無淚液(전무루액), 始則疼痛(시칙동통)…'이라는 문구가 있다. 안구가 말라 눈물이 전혀 없어 동통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 이것이 안구건조증에 관한 동의보감의 설명으로, 이외에 한의학에서는 신수장고(神水將枯:눈의 진액이 점차적으로 마르는 현상), 건삽혼화(乾澁昏花:건조해 눈으로 사물을 보기가 혼미스러운 현상)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의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눈의 작용은 간(肝)과 신(腎)의 기운이 부족하면 그 영양분을 공급받고 활동하는 눈의 기능에도 이상이 나타나는데, 안구건조증이 이에 해당한다. 이유로는 간과 신장에 충만하게 있어야 하는 음액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생산되는 양이 부족하거나 과로 탓에 과도하게 소모된 결과 부족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약 처방으로는 눈물의 근원이 되는 진액의 저수지인 신수(腎水)를 길러 눈에 영양 공급을 시켜주는 구기자와 감국이 들어간 처방으로 기국지황환(杞菊地黃湯) 및 가미사물탕(加味四物湯)이 자주 응용되고, 또 신장의 진액을 눈물로 변화시켜 눈물의 구성 비율을 안정적으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담당하는 간장의 역할을 개선하는 한약 처방을 응용한다. 또 눈에 기혈을 잘 흐르게 할 수 있는 경락을 자극하는 침 요법도 효과적이므로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눈 주위 경락의 흐름을 좋게 해 눈의 불편감을 해방해 줄 필요가 있다.
치료의 측면과 더불어 안구건조증은 평소 꾸준한 관리도 중요하다. 항상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필요하면 가습기), 오랫동안 모니터 및 TV 화면을 쳐다보는 것을 피하거나 줄이고, 에어컨이나 난방기의 바람이 얼굴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또 평소 눈 운동으로서 안구의 좌우 상하로 돌려 눈 주위 근육의 긴장 상태를 항상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3. 07. 23 국제신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