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범 고운선형 한의원 동래점 원장]
건물은 기초공사가 부실하거나 균형이 무너지면 붕괴할 수 있다. 그래서 건물 설계 때 무게 중심 등 건축공학적 측면과 기초공사가 중요하다.
인체도 건물과 같이 균형이 중요하다. 인체는 정적(靜的) 균형뿐만 아니라 동적(動的) 균형도 중요하다. 신체의 좌우 균형이나, 상하 균형이 깨져 무게 중심축이 무너질 때 어느 한 쪽에 과도한 압박이 발생해 국소적인 통증 등 여러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인체에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즉, 자세, 체형적인 문제는 국소적인 증상을 해결해도 인체 전체의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인체의 불균형은 잘못된 자세, 장시간 계속된 운전, 오랫동안 앉아있기, 직종별 불균형한 자세, 교통사고 후유증, 비만, 퇴행성 변화 등에 따라 생길 수 있으며, 장기간 반복 발생하면 근육 경직, 척추 병변 등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운전대에 매달리는 운전기사,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무직, 환자 치료를 위해 고개를 많이 숙이는 치과 의사, 몸의 한쪽 축을 이용해 운동하는 골프 볼링 배드민턴 야구 선수 등에게 자세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이럴 때 많은 증상과 함께 목과 어깨 통증, 요통 등이 자주 동반된다.
경추, 요추 추간판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척추측만증, 오십견, 좌골신경통, 만성 발목염좌 등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자세의 불균형과 연관된 예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체형의 불균형 문제를 치료할 때 추나요법, 매선 요법, 침구치료, 한약 치료 등을 사용한다.
어깨와 목 통증, 요통은 척추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인체 좌우 근육 등의 균형이 좋지 않아 발생한 경우가 많으므로 뼈, 근육 등의 상태를 조절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추나요법을 시행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경혈과 근육에 작용하는 매선 요법이 있으며, 경직된 근육, 담음, 어혈 등을 인체 내부에서 개선해 주는 약침 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부터 한의학에서는 목, 어깨 통증을 풍(風), 한(寒), 습(濕) 등의 기운과 연관해 파악했다. 즉 통증을 근육, 인대 등 해부학적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인체에 영향을 주는 기운과 관련해 생각한다. 동의보감 경항문(頸項門)을 보면 앞뒤 목이 뻣뻣한 증상은 습(濕)에 속한다고 했다. 또 수문(手門)에는 팔이 풍, 한, 습의 침범을 받거나 잠자면서 이불 밖으로 손을 내놓아 한사(寒邪·차가운 나쁜 기운)의 침범을 받으면 팔이 아프다고 했다. 한사로 아픈 데는 오적산을 쓰고 풍사(風邪)로 아픈 데는 오약순기산을 쓰며, 습사(濕邪)로 아픈 데는 견비탕에 창출과 방기를 넣어 쓴다고 했다. 즉, 침범한 기운의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처방을 써서 치료하는 것이다.
한약 치료 외에도 뒷목이나 어깨, 허리가 좋지 않을 때 척추의 양옆을 지나가는 '방광경락'이나 어깨의 견갑골 주변을 지나가는 '소장경락'과 관련지어 침구 치료를 하는 예가 많다. 이 경락들이 지나가는 목, 허리, 어깨 등을 직접 치료하는 침 치료나 이들 경락과 관련하여 팔, 다리의 경혈들에 침 치료를 한다. 이러한 치료에는 침, 뜸, 부항 등이 사용될 수 있다.
2013. 04. 16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