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본병원 허대석(정형외과 전문의) 과장이 디스크내장증의 증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본병원 제공
- 앉아있을 때 오히려 통증 심해 - 대부분 비수술 치료로 호전 가능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볼 때마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지만, “뼈와 디스크 간격은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물리치료를 받아도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정밀 검사(MRI)를 진행한 A 씨는 ‘디스크내장증’이라는 낯선 병명을 들었다. 부산본병원 허대석(정형외과 전문의) 과장의 도움말로 디스크내장증의 진단과 치료 등에 관해 알아본다.
■ 허리디스크와 다른 ‘블랙 디스크’
현대인의 고질병인 요통. 흔히 허리가 아프면 가장 먼저 ‘허리디스크’를 떠올리지만, A 씨처럼 디스크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음에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디스크내장증’이다. 허리디스크가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다리가 저리고 아픈 병이라면, 디스크내장증은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추간판) 내부의 성질이 변하면서 병든 상태를 말한다. 자동차 타이어의 겉면은 멀쩡해 보이는데, 내부 공기압이 빠지고 찢어져 제 기능을 못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디스크는 젤리 같은 ‘수핵’과 이를 단단히 감싸는 질긴 ‘섬유륜’으로 이뤄져 있다. 노화나 외상,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잘못된 자세가 반복되면 수핵의 수분이 빠져나가 탄력을 잃고, 섬유륜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 틈으로 수핵 물질이 새어 나와 신경을 자극하고 내부에서 극심한 염증과 요통을 일으키는 것이 질환의 핵심 발병 기전이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앉아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는 점이다. 서 있거나 걸을 때는 오히려 통증이 덜하지만, 의자에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디스크 내부 압력이 크게 높아져 찌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찾아온다. 또 디스크가 밀려나와 척추 신경을 직접 누르는 것이 아니므로 전형적인 디스크 증상인 다리 저림이나 마비 증세는 거의 없거나 드물다.
허대석 과장은 “디스크내장증은 수분이 빠져나간 디스크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상 하얗게 보여야 할 정상 디스크와 달리 검게 나타나 일명 ‘블랙 디스크’ 병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허 과장은 이어 “X-레이 상으로는 정상으로 보여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해 파스나 진통제에만 의존하며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은데, 한 번 손상된 디스크 내부는 100% 자연 재생되기 어려우므로 만성 요통으로 굳어지기 전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 가능
다행히 디스크내장증은 진단이 정확히 이루어지면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초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와 주사치료,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증상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3∼6개월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지속한다면 비수술적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손상된 디스크 부위에 얇은 특수 바늘을 삽입해 열을 가함으로써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차단하고 섬유륜을 튼튼하게 만드는 ‘고주파 수핵감압술’이나 ‘신경성형술’ 등이 좋은 대안이 된다. 손상된 부위만을 정밀하게 치료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회복이 빨라 일상 복귀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적 치료(척추 유합술 등)는 디스크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행된다.
디스크내장증을 예방하고 척추 건강을 지키려면 일상생활 속 앉는 습관부터 교정하는 것이 필수다. 앉은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하중이 1.5배 이상 높으므로, 장시간 앉아있는 것을 피하고 1시간에 한 번씩은 반드시 일어나 가볍게 허리를 펴는 스트레칭을 해 압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평지 걷기, 수영 등을 통해 척추를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코어 근육(복대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건강한 척추를 지키는 것은 환자 본인의 생활 습관 개선과 제때 알맞은 치료를 받는 적극적인 태도에 달렸다.
허 과장은 “디스크내장증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 환자가 겪는 고통과 우울감이 상당한 질환이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면서도 치료 접근법이 확연히 다르므로 원인 모를 만성 요통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참지 말고 정밀한 진단을 통해 제때 알맞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질을 회복하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