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한 유산소·웨이트 혈관 부담 - 기구보단 가벼운 손마사지 권장 - 레이저 정맥 폐쇄술 등으로 치료
하루 대부분을 앉아 보내거나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인 하지정맥류. 갈수록 활동량이 줄고 좌식 생활이 늘어나면서 발병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23년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하지정맥류는 성인 20%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졌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이러한 하지정맥류,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까.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 김병준 대표원장을 통해 알아본다.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 김병준 대표원장이 혈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 제공
■ 하지정맥류에 ‘독’이 되는 운동도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속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다리에 부담이 집중되므로 하지정맥류는 ‘인간의 숙명적 질환’으로 불린다. 주요 원인은 가족력, 노화,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환경, 임신 및 출산, 비만, 잘못된 생활습관 등 다양하다.
하지정맥류 증상을 줄이기 위해 운동이나 마사지를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든 방법이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운동과 마사지는 정맥 내 압력을 높여 질환을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에 ‘독이 되는 운동’은 복압과 정맥 내 압력을 높이는 운동이다. 무거운 중량을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빠르고 격한 유산소 운동 역시 혈류량 증가로 이미 확장된 혈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정맥류 환자라면 혈류량이 늘면서 혈관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마사지도 마찬가지다. 마사지는 근육의 피로를 풀고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졌지만, 확장된 정맥에 강한 압력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혈관 손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가 의심된다면 마사지기나 마사지건 같은 기구의 사용은 피하고 다리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쓸어올리는 방식의 손마사지를 권장한다. 족욕이나 반신욕은 동맥순환과 육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하지정맥류가 있다면 이미 늘어난 혈관을 더욱 확장해 증상을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정확한 진단에 이은 치료가 ‘정답’
하지정맥류는 단순한 다리 피로나 미용상의 문제가 아닌, 정맥 내 판막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역류하는 명백한 질환이다. 한 번 손상된 판막은 운동이나 마사지 등 생활습관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더욱이 하지정맥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정맥성 피부염, 피부 괴사 및 궤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질환의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9배 이상 높다는 연구도 있다. 이 때문에 하지정맥류 의심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전문의 진료를 받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지정맥류 치료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대부분 입원이 필요 없으며, 일상 복귀가 빠른 비수술적 치료법도 시행된다. 대표적인 최소 침습적 치료법에는 레이저 정맥 폐쇄술과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이 있다.
■ 일상 복귀 빠른 비수술적 치료법
레이저 정맥 폐쇄술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치료법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된다. 치료해야 할 혈관에 주삿바늘을 통해 가느다란 광섬유를 삽입한 뒤, 열에너지를 쏘아 늘어난 정맥의 굵기를 줄이며 폐쇄하는 치료법이다. 레이저 파장에 따라 현재 4세대 장비까지 개발되었으며, 이를 통해 피부 절개 없이 부분 마취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 치료 후 즉시 보행은 물론 가벼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은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하지정맥류 원인 혈관과 문제 혈관에 거품 형태의 혈관경화제를 주사해 혈관을 폐쇄하는 치료법이다. 비수술적 방식으로, 피부 절개나 마취 없이 외래에서 간단히 시행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레이저 수술과 병행하면 열 손상의 우려가 있는 부위나 더욱 정교한 치료가 필요한 가지 혈관에 적용해 치료의 안정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고령 환자, 기저질환자, 정맥성 궤양을 동반한 환자처럼 수술이 어려운 예에도 이 치료법 단독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김병준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다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다리 불편감이나 이상 증상이 지속한다면 정확한 진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