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역류하고 정체돼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최근 하지정맥류 치료의 흐름은 수술 중심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빠르게 바뀐다. 특히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UGFS·Ultrasound guided foam sclerotherapy)은 수술 없이도 근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의원 김병준 대표원장의 도움말로 하지정맥류 치료의 변화에 관해 알아본다.
■ 수술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의 혈액은 동맥과 정맥을 따라 흐르며 순환한다. 특히 다리의 정맥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피를 올려보내야 하기에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역류를 막아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유전적 요인이 있다면 판막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액이 아래로 역류·정체되고, 이 때문에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한다.
문제는 한 번 손상된 판막과 정맥 순환 시스템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된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과거엔 수술이 중심이었만 최근 최소 침습적 치료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중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UGFS)은 절개나 마취 없이 원인 혈관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방법이다.
UGFS는 혈관경화제 약물을 거품 형태로 만들어 초음파로 정확히 위치를 확인한 뒤 주입해 병든 혈관을 폐쇄하는 방식이다. 거품 형태의 혈관경화제는 약물이 혈관에 오래 머물러 굵은 원인 혈관도 치료할 수 있다. 또 초음파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혈관까지 치료한다. 피부 절개나 마취를 하지 않더라도 시술할 수 있으므로 기저질환, 고령, 피부 궤양이 동반된 정맥류 등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 단독 시행해 하지정맥류를 치료할 수 있다.
또 UGFS는 병행 치료에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하지정맥류 원인 혈관 중 하나인 대복재정맥은 사타구니에서 발목까지 이어진 긴 혈관으로, 병변 위치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때 치료 부위에 따라 레이저 정맥 폐쇄술과 UGFS를 선택, 병행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UGFS는 혈관의 크기에 따라 미세하게 양과 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필요 시 재발 방지를 위한 선제적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4기 이상 중증 하지정맥류 환자를 초음파 유도하 혈관경화요법으로 치료한 이후 경과를 보여주는 모습. 출처 2023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포스터 발표(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 국제연구소)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의원 제공
■ 환자 치료 결과에서도 안전성 입증
혈관경화요법을 단순히 실핏줄을 없애는 미용 시술이나 이차적 치료 방법으로 아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치료법을 잘못 이해한 결과다.
하지정맥류 주사 치료는 모두 ‘혈관경화요법’이라는 큰 범주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치료 목적과 적용 범위가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일반 혈관경화요법은 눈에 보이는 실핏줄이나 얕은 혈관에 직접 액상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하지정맥류의 근본 원인이 되는 깊은 정맥(복재정맥)은 치료할 수 없으므로 근본 치료 후 보조적·미용적 치료로 활용하는 예가 많다.
이와 달리 UGFS에서는 초음파로 피부 아래의 하지정맥류 원인혈관에 거품 형태의 약물을 주입한다. 거품 형태의 약물은 액체보다 혈관 벽에 오래 머물러 있는 까닭에 직경이 큰 혈관까지 효과적으로 폐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 없이도 근본 치료를 할 수 있다.
2023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료기술 재평가 결과에 의하면 UGFS는 중증 합병증 발생이 거의 없었으며, 장기 폐쇄율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외국에서는 이미 UGFS를 수술과 동등한 치료 축으로 평가한다. 반복 시술을 할 수 있고, 합병증이 드문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재발 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여럿이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의 김병준 원장이 소속된 레다스 국제연구소가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환자 974명을 대상으로 UGFS를 단일 시행·치료하고 분석한 결과 완치율이 88.19%, 심각한 합병증 사례는 전혀 없는 0%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UGFS가 수술적 치료를 하기 어려운 환자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치료 옵션임이 입증된 것이다.
김병준 원장은 “과거 하지정맥류는 치료에 많은 고통이 따르고 회복시간도 긴 질환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UGFS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을 통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