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이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름철 호흡기 감염증이 복합적으로 전파되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환기를 하지 않은 상태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는 경우가 많아 호흡기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가뜩이나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병원이나 의원에서는 환자들이 몰려 발디딜틈이 없다.
백일해가 아동·청소년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기침하는 어린이. 아이클릭아트제공
질병관리청 감염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지난 6일 기준 6986명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환자수는 292명으로 1년 만에 23.9배 늘었다. 부산지역은 백일해 감염자가 지난 4월 47명에 그쳤으나 이달에만 308명으로 집계됐다. 아동 및 청소년이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백일해에 감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일해는 보르테텔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발작적인 심한 기침 현상이 나타난다. 100여 일 동안 기침이 계속된다고 해서 백일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아의 경우 심하면 폐와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생후 2, 4, 6개월째 반드시 3회 예방접종을 하고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4~12세에는 4,5차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백일해는 5세 이하 영유아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는 유독 10대 청소년 환자가 많다고 한다.
백일해는 환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튀어나온 비말로 타인에게 전파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집단에서는 1명이 최대 17명을 순식간에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백일해에 감염된 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감염 후 일주일 또는 20여 일간 체내에서 균의 잠복기간을 거쳐 감기처럼 결막염 및 기침 증상을 겪는다. 백일해 예방은 백신접종과 안전수칙 준수가 최선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감염증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항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기로 할 정도다. 호흡기 질환은 아니지만 비말이나 침 등 호흡기 분비물로 감염돼 입·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수족구병도 아동·청소년 사이에 퍼져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8~14일 전국 104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수족구병 의심 증상을 호소한 환자는 48.8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2가지 이상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은 코로나 시기 극에 달했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누그러진 탓이 크다. 가장 좋은 예방책은 백신 접종이다. 다만 백신이 없는 수족구병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방역 당국은 어린이집 학교 등 집단 감염 우려 시설에 대해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