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급성 상기도 감염증이다.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소염진통제 등의 대증요법만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소아 인후염의 20~30%, 성인 인후염의 5~15%는 세균 감염이 원인이다. 이 경우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편도주위 농양, 후인두 농양, 류마티스 열, 사구체신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정책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어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의 일환으로 급성 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이를 의료기관의 보상 체계와 연계하고 있다. 2024년도 평가 기준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20% 이하일 때 1등급으로 설정되었는데, 이는 세균 감염 비율을 20% 내외로 보고 정한 기준일 것이다.
그러나 상기도 감염증 환자 중 세균 감염 여부를 어떻게 정확히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세균 배양 검사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려 초기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기관에서는 변형 센토 점수나 신속항원검사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의료기관의 종류와 진료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투여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의 비율은 30~35%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2024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적정성 평가 결과는 이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병원 50.97%, 의원 40.90%, 종합병원 32.79%였으며, 상급종합병원의 처방률은 4.44%로 가장 낮았다. 특히, 대부분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4.44%만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이는 필요할 경우에도 항생제가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처방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평가 결과에 따른 불이익 때문이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의료질 향상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고, 다음 평가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평가 점수를 낮추기 위해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항생제 처방률이 낮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과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도 처방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말로 부적절한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료기관들은 오랜 시간 건강보험 심사와 평가에 대응하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건강보험 청구 자료에 등록된 진단 코드를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의료 빅데이터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미 상식이 되었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항생제 처방률 수치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균 감염 비율을 20% 수준으로 가정하고 1등급 기준을 설정한 심평원의 평가 방식은 현실적인 진료 환경과 진단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세균 감염 여부를 명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진료 환경과 환자의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한 채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의 항생제 처방률 4.44%라는 수치는 이것이 현실을 반영한 결과든, 평가 기준에 맞추려 한 결과든, 현재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을 둘러싼 갈등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시행될 때, 피해는 의료진과 환자가 떠안는다. 평가는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평가 기준은 의료의 본질을 왜곡할 뿐이다. 정책 당국은 숫자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