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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변실금,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25-02-18 (화) 10:46 조회 : 21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변실금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잘 알지 못하며, 부끄러움과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변실금은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실금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치료하기 까다로운 질환이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 복잡한 발생 기전을 이해해야 하며, 체계적인 치료 알고리즘과 신중한 기능적 수술이 요구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 수가와 제한적인 보상으로 많은 외과의사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변실금은 얼마나 흔한 질환이며, 의료 시스템 내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변실금의 발생률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2%가 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에서는 약 10~15%까지 증가하며, 특히 여성은 출산 중 괄약근 손상으로 인해 위험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변실금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중 다수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환자가 부끄러움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실금은 단순히 대변을 실수로 배출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수동적 변실금은 변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대변이 흘러나오는 경우로, 주로 내괄약근 기능부전이나 신경 손상이 원인이다. 급박 변실금은 강한 변의를 느끼지만 변을 참지 못하는 형태로, 외괄약근 기능부전,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설사와 관련이 깊다. 기능적 변실금은 변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동 장애 등의 이유로 적절한 배변 조절이 어려운 경우다.

변실금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한 70대 후반 여성은 수영장에서 변이 새는 일을 겪고 난 후 아쿠아로빅 동호회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또 다른 60대 후반 여성은 출산 중 괄약근 손상으로 인해 수십 년 동안 기저귀를 차고 고통을 겪다가, 결국 수술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처럼 변실금은 신체적인 문제를 넘어 환자의 사회적 관계와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변실금 치료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상담, 보존적 치료, 그리고 기능적 수술이 필요하지만, 치료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점과 함께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난제다. 현재의 의료 수가 구조에서는 의료 행위료가 검사비나 재료비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특정 수술이나 치료법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변실금 증상 개선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준 천수신경조절술은 2015년부터 국내에서 변실금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러나 초기부터 낮은 수가, 제한적인 보상, 의료기기 업체의 이익구조 등 복잡한 문제로 인해 2년 전 국내에서 철수해 버렸다. 반면, 일본과 중국에서는 시장이 형성되어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의료진이 성공적인 변실금 치료를 위해 효과적인 진료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변실금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환자가 부끄러움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대중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진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외과 수련 과정에서 대장항문질환 치료를 필수 과정으로 포함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변실금 치료는 이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관심과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중요한 의료 분야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노력하고,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변실금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예방하고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