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 마더즈병원 병원장]
- 유방암 재발 이겨낸 긍정적 치료 자세 -
10년 전 모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왼쪽 가슴을 절제했다는 30대 후반의 여성은 우리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았다.
어느 날 유방 X선 촬영 결과 오른쪽 가슴에 미세석회로 보이는 작은 흰 점들이 분포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석회화의 정도로 봐서 새로운 유방암으로 판단돼 조직검사를 했다. 관상피내암이라는 초기 단계의 유방암으로 확인됐다. 비록 0기 암이지만 오른쪽 유방을 전부 절제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미적인 요인을 고려해 "이왕 하는 김에 오른쪽 가슴을 동시 복원하고 이전 복원 수술한 왼쪽도 보완하여 확대하면 어떨까요"라고 권했더니 흔쾌히 받았들였다. 환자의 담대한 모습에 내심 안심이 됐다.
"다행히 이번 오른쪽 유방암은 수술만 하면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되겠습니다. 전절제하면 방사선 치료도 필요없습니다"라고 환자를 안심시키고 수술에 들어갔다. 계획대로 오른쪽 가슴 전절제 후 즉시 재건을 하고 왼쪽 가슴은 보형물을 삽입해 양쪽 유방의 균형을 맞춰 이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복원했다. 수술 후 최종 조직검사에서도 모두 0기암으로 진단됐다.
그녀는 두 번째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기색 없이 긍정적으로 상황을 잘 받아들였고, 퇴원 후에도 주기적인 정기검진을 시행했다. 연약한 몸인데도 그는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치료를 하는 일에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아쉽게도 3년 뒤 그녀에게 또다시 악재가 찾아왔다. 정기검진 중 오른쪽에 콩알만 한 멍울이 만져졌다. 촉진상 약간 딱딱해 느낌이 좋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멍울이 확인돼 조직검사를 했다. 오른쪽 가슴의 국소재발이었다. 다행히 전신촬영 결과 다른 장기에는 전이가 없는 0.5㎝ 정도의 작은 혹이었다.
"한 번 더 그곳을 부분절제해야겠습니다. 다행히 다른 곳에 번지지 않아 제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녀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술 상담을 받던 중 그녀는 결국 많이 힘들어하며 눈물을 흘렸다.
수술 당일 "잘될 거예요. 우리 같이 힘을 내서 이겨냅시다"라고 말하니 언제나 그렇듯 아무 말없이 작은 미소로 화답했다.
유방암이 양측으로 오는 경우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3% 이하이다. 하물며 관상피내암으로 수술하고 재발되는 경우는 1% 정도로 아주 드물다.
그런 드문 예가 자신에게 닥쳤을 경우 과연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마음 자세가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 그 사실을 알기에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그녀는 여전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암은 재발될 수 있는 질병이다.
재발이 최소화되는 수술과 약물 및 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은 필연적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항상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야말로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2015년 7월 14일
국제신문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