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찬모 부산센텀병원 의무원장]
< 퇴행성 무릎관절염 >
- 망가진 무릎 잘 고치면 멋진 인생 2막 -
2년 전 양쪽 모두 퇴행성 무릎관절염 병명을 판정받고 무릎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김모(74) 씨가 최근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부산마라톤대회 10㎞ 완주기록증을 갖고서. 무릎이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70대의 환자가 비록 풀코스는 아니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끝까지 완주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기록은 좋지 못했다.
김 씨는 지금은 40, 50대처럼 마음껏 뛰고 있다며 의술의 놀라운 발전도 있겠지만 의사 선생님의 실력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때 찍은 사진과 그동안의 재활운동, 치료과정, 현재 무릎상태, 사후 관리 계획 등을 꼼꼼히 기록한 일지를 보여주었다. 대학교수로 정년 퇴임한 경력답게 마치 논문을 보는 것처럼 꼼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그는 다른 환자들에게 꼭 자신이 정리한 일지를 보여주고 계획성있고 꾸준하게 재활을 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대신 전해주기를 부탁했다.
지금까지 5000회 정도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환자는 또렷이 기억난다. 수술 및 치료과정에서 의사를 믿고 시키는 대로 완벽하게 잘 따라줬기 때문이다. 수술 전 마라톤을 즐겨했다는 말이 기억나 퇴원할 때 이제는 마라톤 대신 가벼운 러닝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퇴원 후엔 의사말을 듣지 않은 셈이다. 대신 체계적인 재활로 기적과 같은 결과를 이뤄냈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방치하면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걷기조차 어려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이유는 무릎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골 손상이 적은 퇴행성 관절염 초·중기에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연골재생술 등으로 관절을 보전하면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고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는 잠을 청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인공관절수술 후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 근력을 키우면 무릎의 운동성이 높아져 간단한 스포츠 및 레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마라톤 도전은 일반인에게 예외로 분류하고 싶다.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 심한 통증으로 아프다고 비관만 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 자신의 몸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고 함께 치료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절대 비관적인 질환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2015년 4월 21일 화요일
국제신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