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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백수오 파동을 보며
글쓴이 : 메디클럽 날짜 : 2015-05-26 (화) 16:49 조회 : 997


[조은나 부산성소병원 산부인과 과장]

아직 본격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남들보다 훨씬 빨리 여름을 느끼며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있다. 갱년기 장애 여성들이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안면홍조와 발한은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이맘때부터는 그 빈도가 잦아져 하루에도 수십 차례 얼굴이 붉어져 민망하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그런 증상이 자다가도 나타나 수면장애로 이어지면서 피로감까지 겹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혹자는 이런 증상을 참고 견디며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찌 됐건 갱년기 증상은 말처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 1, 2년간 백수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모두 갱년기 장애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증거다. 

얼마 전 50대 초반의 주부가 질분비 및 질출혈로 내원했다. 그는 1년쯤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다 3개월 전부터 홈쇼핑서 구입한 백수오를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백수오가 가짜라는 뉴스가 보도되기 며칠 전이었다. 이후 그는 백수오를 끊고 외래 치료후 증상이 호전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런 환자들의 부인과 내원이 꽤 많다. 돈도 들고 효과도 제대로 못 보고 고생까지 한 경우이다. 그러면 그동안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하는 석류, 달맞이유, 칡즙, 백수오 등의 건강식품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10여 년간 이런 식품들이 마치 최고의 명약인 것처럼 유행하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어떤 보도에선 건강식품의 부작용 빈도가 30%에 육박한다고 한다(물론 어느 정도 용량을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질출혈이나 자궁 및 난소혹의 크기 증가 등 부인과적인 부작용을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작용이 없고 심지어 폐경도 막아준다는 과대광고는 문제가 있다. 효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여기에 원재료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럼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해답은 없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갱년기 여성 호르몬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한 환자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갱년기 호르몬제는 몸에 나쁘며 심지어 암을 일으킨다며 처방을 거부한다. 하지만 암을 일으킨다면 수십 년 전부터 계속 생산, 판매되고 끊임없이 개발되겠는가.

갱년기 호르몬제를 폐경 이후부터 제대로 복용한 경우 안면홍조나 발한 증상이 개선될 뿐 아니라 피로감, 전신통증, 무기력,수면장애 등도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월등히 적다. 또 금방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폐경 이후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의 발생률도 낮춰주고 성 관계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준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곱게 늙자는 말이 최근 건강 트렌드인 '웰 에이징'과 일맥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웰 에이징의 한 가지 방법으로 갱년기 호르몬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백수오보다 훨씬.


2015년 5월 26일 국제신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