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민 굿모닝성모안과 원장]
"음식에 머리카락이 빠진 줄도 모르고, 방 청소도 대충 대충하고, 나이 들어서 눈이 나빠졌나 봐…." 시골 고향집을 찾은 아들 박철헌(가명·36) 씨의 손을 붙잡은 환갑을 넘긴 어머니는 한숨을 쉬어 보였다. 박 씨는 요즘 들어 부쩍 눈앞이 뿌옇고 흐리게 보인다는 어머니의 눈 건강이 염려되어 함께 안과를 찾아왔다. 검사 결과 어머니는 백내장 중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백내장이라고 하면 큰 병에 걸렸다며 지레 겁을 먹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백내장은 60세 이후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흔한 질병이다. 우리 눈에는 거리에 따라 초점을 조절하는 수정체가 있다. 이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게 된다. 이를 백내장이라고 한다.
이처럼 백내장의 원인은 노화로 인한 경우가 가장 흔하며 선천성, 눈의 외상,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스테로이드성 약물 오·남용, 장기간에 걸친 자외선 노출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 안구 자체의 다른 질환인 포도막염에 의해 발병할 수도 있다.
박 씨의 어머니처럼 시야가 뿌옇고 멀리 있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백내장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리고 밝은 곳에서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주맹현상은 햇빛이 화창한 야외나 일출 일몰 시 해를 등지고 있는 사물을 바라볼 때, 그리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을 때 더욱 심해진다. 또 자동차 전조등에 눈을 자주 찡그리거나 시리다고 느끼는 눈부심 현상도 있다.
백내장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진행속도를 더디게 할 수는 있지만 호전시킬 수는 없다. 완전한 치료는 혼탁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것이 바로 백내장수술이다. 백내장 수술과정은 먼저 각막 부위를 절개해, 수정체낭에서 혼탁해진 수정체를 깨끗하게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15분 전후의 짧은 수술로, 통증이나 출혈 없이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고 다음 날부터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 수술 후 2~3일 지나면 산책은 물론 비행기에 탑승하는 여행도 가능하다. 보통 2주 정도가 지나면 가벼운 등산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돼 활발한 활동을 즐기는 요즘의 어르신들에게 큰 불편이 없다.
백내장수술 때 삽입하는 인공수정체는 작은 렌즈의 형태로 영구적이다. 눈 조직의 성질과 적합한 재질로 이루어져 착용감이나 이물감 등의 불편함은 없다. 기존의 인공수정체는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것을 볼 때는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까운 곳을 볼 때나 야간 시력장애, 빛번짐까지 개선해 백내장과 더불어 노안까지 함께 교정해주는 특수한 렌즈가 개발되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백내장의 적절한 수술시기는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을 때 시행해야 한다. 더 방치했을 경우, 수술 후 합병증이 나타나거나 과숙백내장으로 진행되면 안압이 높아져 자칫 녹내장을 초래할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이 있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 외에도 당뇨병성망막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망막증의 자세한 관찰과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서라도 적기에 백내장수술을 받는 것이 좋으므로 60세가 넘으면 6개월마다 안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자.
2012. 11. 06 국제신문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