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직기 접어들면 어깨관절 굳어 - 운동·약물 등 비수술 치료 기본 - 스트레칭 등 생활습관으로 예방
50대 여성 A 씨는 몇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팔을 위로 올릴 때 통증이 심해졌다. 처음엔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파스를 붙이고 방치했지만, 최근엔 옷을 입거나 머리를 감는 것도 힘들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이었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고 점차 두꺼워지면서 통증과 운동 제한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름처럼 50대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생활 습관이나 부상 등에 의해 40대는 물론 30대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진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이 굳으며 팔을 들어 올리거나 뒤로 돌리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게 특징이다. 센텀종합병원 관절센터 이경호 과장의 도움말로 오십견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 등에 관해 알아본다.
■ 50대 전후 여성에 더 흔하게 발병
이경호 센텀종합병원 관절센터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센텀종합병원 제공
오십견의 대표적인 특징은 밤에 어깨통증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에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예가 많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오십견은 보통 통증기-강직기-회복기 등 3단계를 거친다. 초기에는 가만히 있을 때에도 어깨 전체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밤에 자리에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해져 옆으로 눕기 힘들거나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예가 많다. 이 시기에는 팔을 들어 올리거나 옷을 입는 동작에서 통증을 뚜렷하게 느낀다.
이후 통증이 다소 줄면서 어깨 관절이 굳기 시작하는 ‘강직기’에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팔을 들어 올리거나 등 뒤로 돌리는 동작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마지막 회복기에는 서서히 움직임이 회복되지만, 어깨를 완전하게 움직이는 범위까지 돌아오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오십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나이에 따른 관절낭의 퇴행성 변화와 강한 외부충격, 무리한 스포츠 활동, 잘못된 자세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오십견은 여성에 더 흔하게 발병한다. 특히 50세 전후 호르몬 변화 시기에 많이 나타난다. 폐경기 전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관절과 인대의 유연성이 줄어들면서 염증 반응이 쉽게 일어나 어깨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
센텀종합병원 이경호 과장은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다면 오십견의 발병 위험도가 크고, 어깨를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도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 약물·물리치료 중심 비수술 치료
오십견은 회전근개 질환 등 다른 어깨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두 질환 모두 팔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한 야간통증이 특징이다. 오십견은 관절낭이 굳어 어깨 전체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힘줄 손상으로 특정 방향의 움직임에서 통증이 심하고 팔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동반한다.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완화하기도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커져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기 어깨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어깨 움직임과 통증 양상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X-레이나 초음파, MRI 등을 통해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십견 치료의 기본은 비수술적 치료다. 통증을 줄이고 어깨의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약물·주사치료, 물리치료, 재활운동 등을 병행한다.
물리치료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운동 범위를 늘려주는 신장운동 ▷회전근개의 등장성 운동 ▷근력 강화운동 ▷일상 동작에 적응하는 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물리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면 대부분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호전된다. 신장운동은 ‘부드럽게, 천천히, 약간의 통증을 느낄 정도로, 힘을 빼고, 수동적으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굳은 관절낭이 점차 풀리고, 어깨의 움직임이 회복된다.
6개월 정도의 충분한 물리치료를 받았음에도 관절의 심한 구축(굳음)이 지속한다면 마취하 도수 조작술(MUA)을 시행하기도 한다. 마취하 도수 조작술은 마취를 한 후 굳은 관절을 물리적으로 이완시키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오십견을 예방하려면 평소 어깨를 자주 움직이고,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가벼운 스트래칭이나 팔 돌리기, 어깨를 원을 그리듯 돌리는 간단한 동작 등은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경호 과장은 “한 번 어깨가 굳으면 치료와 재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기에 통증이 생기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조기에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